먹고 살기 힘들다
먹고 살기 힘들다
  • 문틈 시인
  • 승인 2023.04.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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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중국집에 전화로 짜장면을 주문하면 철가방에 실어 부르릉 오토바이로 금방 배달해주던 일이 말이다. 한데 불과 몇 년 전부터 모든 음식이 집에서 주문이 가능하고, 음식뿐만 아니라 일반 식재료들을 가져다주는 배달 시대로 바뀌었다.

특히 음식 배달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할 정도로 배달료 부담이 크다. 가령 짜장면 한 그릇이 1만원이라면 식당은 7천원을 쥐고 나머지 3천원은 배달회사에 건넨다고 들었다. 아니면 음식 값 외에 배달료 3~4천원을 별도로 더 받는다. 카드회사에선 수수료를 가져가고.

이렇다 보니 모든 음식 값이 오른다. 전에는 배달료라는 것이 없었고, 대개 식당에 가서 외식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요새는 집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일상이고, 그 음식 값도 배달료가 얹혀 낯이 찌푸려질 정도로 비싸지게 되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음식 값은 배달료라는 혹이 붙어서 비싸지는데, 일반 물가는 왜 덩달아 오를까. 생수 값은 한해 3-4회씩 값을 올리는 통에 울며겨자먹기로 오른 값으로 주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이라 하니 할 말이 없다.

지금 시장의 모든 물가가 뜀박질을 하고 있다. 어지간히 벌어서는 가족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아내는 마트에 한번 갈 때마다 오른 생필품 값에 혀를 내두른다. 살인물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옛날엔 물가를 올리면 품질이 살짝 좋아지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요새는 품질은 그대로인 채 ‘물가는 오르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값이 안 오르는 상품이 있다면 그것이 되레 수상할 정도다. 그럴 것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욋돈으로 배달료가 붙는 데다 물건을 만드는 원재료 값도 오르는 통에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며칠 전, 나는 지난 3년간 코로나가 두려워 한 번도 식당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가 한풀이 꺾였다고 하고 이래저래 큰 용기를 내서 스타필드라는 곳에 가서 아내와 함께 결혼기념일 식사를 했다.

살다 보면 이런 자잘한 일로 사람살이의 고달픔을 잠시 잊어볼 수도 있겠거니 하는 마음도 든 데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에 아내한테 사소한 기쁨을 살짝 전해 주고 싶어서였다. 마침 아내는 결혼기념일을 모르고 있어서 이벤트 치곤 괜찮았다.

음식점들이 바깥에 내건 메뉴판을 보니 1만원짜리는 보이지 않고 대부분 1만5천원에서 2만원 사이, 이것이 가장 싼 가격이었고 그리고 더 비싼 가격이 더 많았다. 아내가 좋아한다는 이상한 이름의 스파게티를 시켜서 먹었는데 나는 당최 무슨 맛인지 모르고 먹었다.

결혼기념일 식사비에 치르는 값 치고는 싼 값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음식의 맛이나 질을 놓고 봐서는 음식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 오랜만의 외식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차라리 집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입에 맞게 만들어 먹는 것이 낫겠다고.

쩨쩨하게 음식 값 투정을 한 꼴이 되었지만 일반 물가의 상승은 더 큰 문제다. 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물건은 되도록 안 사는 극단주의자에 가깝다. 물가가 마구 오르면 내가 대처할 유일한 수단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그 물건이 반드시 필요한 지경이 아니라면 애써 안 사고 배겨내는 것이다. 이렇게 짠돌이 모습으로 살아야 각자도생의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고 본다. 그만큼 물가고는 지금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문제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물가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이 먹고 사는데 힘들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먹고 살기가 가장 중한 정치라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에게 ‘뭐가 중한디?’라고 묻고 싶다.

내가 하도 물건 사는 것을 기피하고 가족들에게 절제를 바라니까 아들 녀석이 좋은 방안이 있다며 내게 제안한다. 중국 물건을 사면 같은 한국제 1만2천원짜리 전기코드가 2천5백원이면 살 수 있다며 이제부터 생필품을 중국제로 구입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말도 안되는 싼 값(5천원)으로 산 여름 셔츠를 입고는 국산 못지않게 좋지 않느냐 시위한다. 나는 아들에게 엄중하게 말했다. ‘5천원을 안 쓰면 그것이 더 이익이다.’

도로에 굴러다니는 수많은 차량들을 세워놓고 물어보고 싶다. ‘어떻게들 사십니까?’ 나로서는 모두들 굶지 않고 삐까뻔쩍 살고 있는 것 같아 그저 신기해 보인다. 내가 마치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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