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수업성장인증제 ‘속 빈 강정’ 표류
광주시교육청,수업성장인증제 ‘속 빈 강정’ 표류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3.04.03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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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광주지부 여론조사…10명 중 9명 반대
겉으론 교사 수업 질적 향상…교사·학교 서열화 우려 커
​​​​​​​인증 점수 계량화로 해외연수·인사고과 도구 활용...교권 침해도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광주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이른바,‘수업성장인증제'가 전교조와 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형국이다.

광주시교육청 전경(원내는 이정선 교육감)
광주시교육청 전경(원내는 이정선 교육감)

겉으로 보기엔 광주시교육청의 교육정책에 전교조가 무조건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학부모들의 반론도 있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교조가 지적한 것처럼 ’교사 길들이기‘라는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면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교육청의 표현대로 ’수업 성장‘이라는 언어 자체가 그리 달갑지 않은데다, 일방적으로 점수를 매겨, 그것도 해외연수를 보내는 데 ’떡‘을 주겠다는 정책 자체가 교권 침해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다.
말하자면 정책의 효능성 보다 제도 자체로써 고답적이고 진부하다는 지적이다.

'수업성장 인증제' 도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종근 광주시교육청 교육국장

광주시교육정은 지난 23일 브리핑을 통해 2023 광주 초중등 수업 활성화 계획중 교실수업 강화의 하나로 전국 최초로 운영되는 '수업성장 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초·중·고·특수학교 교사 스스로 수업 연구와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는 인증을 통해 교사 성장을 자발적으로 유도하면서, 특히 자신의 평상시 수업을 공개하거나 타 교사 수업을 참관하면 점수를 받는 제도다.

인증 점수 항목을 보면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교내 교사들에 공개시 20점, ▲교외 교사에 공개시 30점, ▲타 교사 수업을 참관하거나 수업실천사례를 작성하면 10점 등 모두 120점을 넘어야 수업성장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2차례 이상 수업 공개와 함께 수업 참관, 수업 실천 사례를 모두 증빙자료로 제출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은 수업 성장 인증을 받은 교사에 대해서는 해외연수나 각종 교육연수 선발시 우선 선정하는 특전을 주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이 학교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교사수업인증제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나무랄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사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교사 인사 평가나 학교 서열화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우선 당장 교사 10명 중 9명이 부정적인 의견인 것으로 나타난 것도그래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달 16일~23일 교사 352명을 대상으로 '수업성장인증제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초등교사 93%, 중학교 교사 92%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수업성장인증제 참여에 대한 교사 응답 역시 초등 91%, 중학교 88%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참여 의사를 보인 교사는 각각 5%, 6%에 불과했다.
인증제 점수를 따면 '인사·연수·예산' 등의 우대 방안에 대해서도 초등 95%, 중학교 92%가 부정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교조광주지부는 이러한 반대 여론과 관련, "시교육청의 수업성장인증제 정책은 함목별로 점수를 매겨 인사·예산 등의 우대를 준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며 "교사들의 수업 능력을 수치화하고 계량화, 또는 서열화 하는 도구로 활용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선 학교 A 교사는 "수업이라는 교육의 가치를 인증 점수로 수치화하고, 이것도 모자라 해외, 인사 우대 등의 외적 보상 영역으로 묶는다는 발상 자체가 이정선 교육감의 교육 철학과 가치의 빈곤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교조 광주지부가 시교육청의 정책을 강력하게 저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교사들이 암묵적으로 동참 할 경우 이 교육감의 수업성장인증제는 표류할 수 밖에 없다.

늘상 그랬듯이 이정선 교육감이 정책이나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마다 긍정적인 여론 보다는 부정적인 반발이 확산되는 것은 광주교육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교육감의 철학과 교육 목표·방향성·속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그 여느 때 보다 요구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거의 대부분의 교사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밀어붙이기는 힘겨워 보인다. 
이 교육감은 그동안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 소신과 정체성에 기반한 교육 철학이 없다보니 번번이 주저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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