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26회]-거북선은 철갑선인가? (2)
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26회]-거북선은 철갑선인가? (2)
  •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2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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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대첩이 일어난 지 351년 되는 1943년 4월 22일에 미국 상원의원 알렉산더 와일 리가 상원에서 아래와 같이 연설했다.

거북선 (충무공 이야기,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거북선 (충무공 이야기,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세계에서 일본을 이긴 나라는 조선뿐입니다. 1592년에 조선 해군 대장 이순신이 철갑선을 처음으로 만들어 일본 해군을 함몰시켰습니다. 그 뒤 조선은 350년 동안을 무사히 지냈습니다.” (박종평, 이순신, 지금 우리가 원하는, 2017, p 160)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전쟁의 역사』를 발간한 버나드 로 몽고메리(1887~1976)장군은 이순신 장군을 극찬하면서 거북선이 철갑전투함이라고 적었다.

“조선에는 이순신이라는 뛰어난 장군이 있었다. 이순신은 전략가이자 전술가였고 탁월한 자질을 지닌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기계 제작에도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중략) 일본 해군은 용감하게 싸웠으나 이순신장군의 철갑 전투함(거북선)에는 저항할 수 없었다.”

1957년에 미국 해군 대령 해거만은 ‘프로시딩스(Proceedings)’ 잡지에 거북선을 세계최초의 철갑선으로 소개하였고, 1967년에도 ‘프로시딩스’ 잡지는 같은 내용이 다시 게재됨으로써 거북선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임이 널리 소개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역사책에는 철갑선 때문에 일본이 졌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반하여, 우리나라 역사책에는 거북선이 철갑선이라는 말이 없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사회 학습백과사전’에서)

한편 조선은 1895년 유길준이 ‘서유견문’을 통해 “거북선이 천하에서 가장 먼저 만든 철갑선”이라고 주장했고, 단재 신채호(1880-1936)가 1908년 5월2일부터 8월18일까지 대한매일신보에 연재한 ‘조선 제1위인 이순신 전’에서 거북선을 세계 철갑선의 원조로 평가했다. 또한 1915년에 백암 박은식이 중국 상해에서 발표한 ‘이순신 전’에서도 이순신을 세계 철함의 발명 시조라고 하면서 거북선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신채호는 1931년 6월 21일자 조선일보에 연재한 ‘조선사 11’에서 철갑선을 장갑선으로 수정하였다.

“ 『이충무공 전서」에서 설명한 귀선의 제도를 보건대 선(船)을 목판으로 장(裝)하고 철판으로 함이 아닌 듯하니 이순신을 장갑선의 비조라 함은 가능하나 철갑선의 비조라 함은 불가할 것이다.”(최원식, 이순신을 찾아서, p 115)

1977년에 김재근은 거북선이 철갑선이라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남천우도 이에 동의하였다. 이들의 견해는 철갑을 입혔다는 사료가 전혀 없고, 거북등판에 철갑을 입히면 거북선이 지나치게 무거워지고 전복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 박해일은 거북선이 철갑선이 아니라면 화공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1748년(영조 24)의 ‘인갑기록’을 찾아내 거북선은 얇은 비늘과 같은 첩판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박재광, 임진왜란기 거북선의 구조와 역할, 전남대학교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조선시기 여수좌수영의 거북선, 2009, p 93-95)

김정진은 “거북선은 돌격선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했다. 철판은 목판보다 15배 이상 무겁기때문에 속도가 최우선인 전투력 향상에 저해된다. 또한 철판은 바닷물에 쉽게 녹이 슨다.”(김정진·남경완, 거북선 신화에서 역사로, 랜덤하우스 중앙, 2005, p 38)고 논평했다.

한편 박재광은 “최근 연구자들의 경향은 거북선이 철갑선이 아닌 단순 장갑으로 보고 있다.”고 정리했다. (박재광, 위 책, p 95)

김병륜은 “거북선이 철갑선인지 여부는 일단 조선측 사료에서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의 철갑 유무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이 없다면서, 거북선은 갑판위에 개판을 씌운 것이 판옥선등 조선시대 디른 군선과는 구별되는 특징”으로 보았다. (김병륜, 나대용과 임진왜란 시기의 거북선, 나대용 장군 종합 학술조사 보고서, (사) 체암나대용 장군 기념사업회, 2022, p 124, 137)                                                                                                                                                                     <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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