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 상팔자
비혼이 상팔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23.02.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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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다. 올해 나이 49세. 이탈리아에서 10년 동안 성약 공부를 하고 왔다. 그 분야에선 실력이 탄탄한 인재다. 지금 방이 두 개 있는 늙은 부모 집에서 함께 산다. 금의환양의 아들을 부모는 기대했지만 운이 없어서인지 취업이 안되어 가까스로 이 교회 저 교회에 가서 성가대 지휘를 하고 지낸다.

주위 사람들은 결혼을 하라고 권유하지만 몇 변의 시도를 해보고는 아예 포기했다. 인물도 잘 나고 공부도 할 만큼 하고 어디 빠진 데가 없건만 결혼은 그것만으로는 몇 퍼센트 부족한가 보았다. 여러 차례 선을 보고 사귐을 가져보았으나 상대가 ‘집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통에 더 이상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금은 이 생에 결혼은 틀렸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보니 40이 넘어 결혼한 대학 친구들의 상당수가 이혼한 것을 보고나서다. 결혼해서 이혼할 바에야 차라리 안하고 사는 것이 속 편하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고 지내는 40대 남녀들이 무척 많다. 통계를 보지 못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내 주위에서도 쉽게 눈에 뜨이는 것으로 보아 결혼하는 사람 못지않게 안하는 사람도 많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아내는 그 성가대 지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요즘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남녀들의 주된 이유는 집이 없어서라고 한다. 유학을 갖다온 그가 제대로 취업이 안되어 알바를 뛰고 사는 형편에 무슨 수로 집을 마련할 수가 있겠는가.

옛날 같으면 결혼을 한 신혼부부가 남의 집 셋방을 얻어 신혼생활을 시작해서 아기를 낳고, 돈을 모아 전세를 살고, 그러다가 집을 구입하고, 이렇게들 생활여건을 마련해가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는데 요새는 남자나 여자 모두 그딴 식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성싶다.

그것을 내가 무어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월세나 전세를 마다하고 댓바람에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나쁜 생각은 아니다. 부자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국가는 집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달팽이는 태어날 때 집 한 채를 가지고 나온다. 사람보다 더 나은 여건이다. 사람은 달팽이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지 않은가. 이 땅에 집이 없어 결혼을 못하거나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청춘이 무척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는 청춘들이 많은 것은 비단 집 문제뿐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육아 기간의 경력 단절, 육아의 힘듦, 아동의 교육 문제가 장애물 경기의 허들처럼 첩첩이 기다린다. 어찌 보면 결혼할 엄두를 못내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 동안 역대 정부는 몇 십조원을 투입해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으나 단 한 명도 인구를 증가를 시키지 못하고 대실패를 거듭했다. 전에 어느 정부의 장관은 인구 감소는 ‘재앙’이라고 했다. 그런 장관도 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그만큼 인구 감소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다.

오래 전에 허경영이라는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와 결혼하면 얼마, 아기를 낳으면 얼마, 하고 공약을 내걸었을 때 사람들은 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부문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는 인구가 너무 많아진다고 산아제한을 하더니 이제는 인구가 줄어든다고 출산을 장려하는 이 서글픈 현실에 나는 할 말이 없다. 프랑스처럼, 일본처럼, 획기적인 인구 증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 백년대계라는 말도 잘 쓰지 않는다. 현실 타개에 급급한 모양새다.

인구 대국인 중국조차도 획기적인 인구증가책을 마련 중이다. 우리나라는 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그 성가대 지휘자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집이 있어야 한다는데, 집은 달팽이한테서 빌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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