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25회] - 거북선은 철갑선인가?
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25회] - 거북선은 철갑선인가?
  •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06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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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은 판옥선 위에 뚜껑(蓋板·개판)을 씌운 돌격선이었다.
이순신은 거북선이 철갑선이라고 하지 않았다.

당대 세계 최고의 돌격선, 거북선/세종문화회관 지하 충무공 이야기

그런데 거북선이 철갑선의 근거는 일본에서 나왔다.
최초의 문헌은 임진왜란에 참전한 68세의 일본 수군 도노오카 진자에몬(外岡甚左衛門)이 1592년 7월 28일에 부산포에서 쓴 회고록 ‘고려선전기(高麗船戰記)’이다.

그는 안골포 해전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구키 요시타카님과 가토 요시아키 님은 부산포에서 출발하여 가덕도를 지나 안골포 항에 들어갔다.
10일 오전 8시경부터 적의 큰 배 58척, 작은 배 50척 가량이 공격하여 왔다.

큰 배 가운데 3척은 메꾸라부네(盲船,장님배,거북선을 말함)로, 쇠로 방어를 하고 (쇠로 되어 있는 요해 要害) 대포·불화살·끝이 둘로 갈라진 화살 등을 쏘았다.
오전 8시경부터 오후 9시경까지 번갈아 공격하여 아군 배의 고루며 통로며 발을 보호하여 주는 방어 시설까지 모두 부수었다.
(후략) (류성룡 저·김시덕 역해, 교감·해설 징비록, p 317-319)

이 기록 중 ‘큰 배 가운데 3척은 ‘장님 배(目クラ船)로 ‘철로 요해(鐵ニテ要害シ)’라고 기록했는데, 장님 배가 거북선이고 안골포 해전에서 거북선이 3척 출동한 근거가 되었다. (최관·김시덕 공저, 임진왜란 관련 일본 문헌 해제, 도서출판 문, 2010, p 217)

여기에서 철갑선 논쟁과 관련된 부분은 ‘철로 요해(鐵ニテ要害シ)’이다.
이를 어떻게 번역하여야 하나? 김시덕의 번역대로 ‘쇠로 되어 있는 요새’라고 하여야 하는 지, 철갑을 둘렀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창검을 꽂았다’고 번역해야 할지 난해하다.

그런데 68세의 일본 수군이 안골포 해전 중에 거북선에 직접 올라가서 거북선의 실체를 확인했을 리는 만무하고, 상당히 멀리서 외관으로만 보았을 것인데 ‘철로 요해’란 표현만 가지고 거북선이 철갑선이라고 단정하기는 너무나 어설프다.

이럼에도 해군 중장 사토 데쓰타로는 해군대학 강의교재인‘제국국방사론(1908년)’에서 이순신의 장갑전함(거북선) 창조를 칭송했다.

한편 서양인들은 거북선을 철갑선으로 보았다. 미국인 선교사 겸 동양학자였던 윌리엄 그리피스(1843~1928)가 1882년에 펴낸 『은둔의 나라, 한국』에는 임진왜란 때 조선군의 군함을 설명하면서 “금속으로 감싼(covered with metal) 배”가 등장한다.

1883년 영국 해군의 기록도 전해진다.
“조선의 전선은 철판으로 몸을 싸고 마치 거북 모양으로 만들어 당시 일본의 목조 병선을 깨뜨렸으니 세계에서 가장 오랜 철갑선은 진실로 한국인의 발명인 것이다.” (김정업, 나대용 장군과 거북선, 사단법인 체암 나대용 장군 기념사업회, 거북선을 만든 과학자 체암 나대용 장군, 2015, p 217)

파란 눈의 애국자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1863~1949)는 미국 잡지 「하퍼스 뉴먼슬리 매거진(Harper’s New Monthly Magazine) 1899년 6월호」에 거북선을 철판(Iron Plate)으로 감싼 구조라고 기고했다.

헐버트는 거북선을 ‘철갑선(Ironclad)’의 일종이라고 간주하면서 “한국은 철갑선과 금속 활판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발명한 국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헐버트는 1906년에 출간된 저서 『대한제국 멸망사(The Passing of Korea)』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순신은 거북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기묘한 철갑선을 발명했다. 선미는 철판으로 덮여 있어서 적의 총탄에도 뚫리지 않았다. (...) 이순신 장군의 승리는 임진왜란의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 이때부터 왜의 침략 야욕이 좌절되었기 때문이다.”(헐버트 지음·신복룡 역주, 대한제국 멸망사, 2019, p 122)

한편 1929년에 영국의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이 거북선을 “세계 최초의 철갑선”으로 소개했다. 이는 서양인들에게 거북선이 철갑선임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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