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 문틈 시인
  • 승인 2023.02.0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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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가장 고귀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때일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이야말로 삶의 정점에 이른 최고의 순간이다. 사랑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영혼을 고양시켜 죽음조차도 극복하는 듯한 경지를 보여 주지 못한다.

이성간의 사랑이란 절대한 본능이다. “너 아니면 나는 죽고 말겠다”고 할 정도로 그 감정은 격렬하고 열광적이다. 일생에 적어도 한번은 그러한 폭풍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나야 비로소 인간은 용광로에 단련된 쇠처럼 인생의 진면목을 경험한다.

진정한 사랑은 그러므로 그를 구원한다. 괴테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나를 천상으로 인도한다”고 했을 때의 그 경지에 다다른다.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인 것이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수백 통의 편지를 썼다. 젊은 날의 열정을 다스릴 수가 없어 사랑하는 이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에 그의 감정을 쏟아 놓았다. 여러 해가 지나고 그녀는 그에게 마지막 답장을 보냈다.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아마도 그가 밤을 도와 쓴 편지들에 ‘영원히’ 하는 말들을 자주 썼던 모양이다. ‘당신이 나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당신이 내게 보내는 그 편지들은 당신 자신을 향하여 쓴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그는 자신의 감정이 일으키는 소용돌이에 빠졌고, 이 세상의미를 오직 그녀와의 일치에 두었다. 사는 목적이 마치 사랑을 성취하는 데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 그녀가 한 말대로 사랑이란 일종의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데 동의했다. 만일 그 사랑이 절대한 것이었다면 어떻게 훗날 다른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살 수 있었을까. 그것을 자기 모순으로 느꼈던 것이다.

이성 간의 사랑에 절대한 것은 없다고 그는 나이가 들 대로 든 다음 생각했다. 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지만 극단적으로 영혼을 마비시킨다. 지독한 사랑이 한 시기에 불꽃처럼 사라지는 것은 오히려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목숨을 걸 듯한 필사의 사랑이 어떻게 오래 견뎌낼 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인간에게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랑이란 지극할수록 환상에 더 가깝다. 종교적인 신앙 말고는 절대한 경지에 다다를 수가 없다. 이르더라도 잠시일 뿐이다. 사랑은 궁극적인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의 감정은 이 세상에서 한 인간에게 단 일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도처럼 계속 새로 다가온다. 사랑의 신비는 그것이 목숨을 걸 정도로 지극한 것 같아도 끝나면 그녀가 말한 대로 환상에 지나지 않다. 그러므로 사랑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꿈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부나비가 타 죽는 불빛을 향해 날아가듯이 사랑은 경주마처럼 달려간다.

이성 간의 사랑이란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다. 그는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또 사랑을 하고, 그러한 자기의 감정을 믿을 수가 없을 때 한 구루를 만나 속을 털어 놓았다.

“선생님,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네가 아니면 죽어도 안된다고 사랑을 하던 여자와 헤어지고 몇 년 후 다시 다른 여자를 만나 똑같은 감정을 갖다니, 저는 대체 어떻게 된 자입니까?” 그러자 그가 인생의 구루라고 믿는 분이 답했다. “지금 만나는 여자와 헤어지고 또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다. 사랑이란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로다. 그러므로 방황하는 것이 당연하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큰 위로가 되었다. 인생 자체가 일평생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에 사랑이 그를 어딘가로 인도하는 것이다. 불사를 꿈꾸는 사랑의 손길이 그를 인생 여정의 최고의 높이로 인도하는 것이다. 사랑이 꼭 한 번 뿐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우리에게 엄청난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사랑하라, 그리고 절망하라. 사랑의 상처는 인간이 만들지만 그 치료는 신이 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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