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경원 불출마’로 민낯 드러낸 與 ‘정당 민주화’
[사설]‘나경원 불출마’로 민낯 드러낸 與 ‘정당 민주화’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3.01.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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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어제 3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

나 전의원 말대로 자신의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비칠 수 있기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출마를 접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적으론 친윤과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을 주저앉혔다고 볼 수 있겠다.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서자 그의 출산 장려 정책 발언을 꼬투리 잡고 나섰다. 그리고는 ‘윤핵관’만이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나서 집중 포화를 쏴댔다.
집권 여당으로써 세련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대목이다.

거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에 대한 사표 수리 대신 기후환경대사직까지 해임하고 만다.
이에 호가호위라도 하듯이 국민의힘 초선 40명도 윤심(尹心)이 나 전 의원에게 없음을 확인 한 뒤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

물론 나 전 의원이 장관급 자리를 맡아놓고 석달도 채 안돼 그만둔 건 잘못이다. 하지만 그게 당 대표 출마를 인위적으로 막을 정도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도 그렇다. 대화, 조정이 아니라 사의 표명과 해임이라는 강수를 쓰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면서 국민의힘이 당내 민주주의와 정당 민주화를 위한 정부 여당인지를 의심케 한다.
분명코 이번 나경원 불출마는 2016년 진박(眞朴) 논란과 함께 김무성의 ‘옥새 들고 나르샤’ 등의 공천 파동과 오버랩된다.
그러다 보니 국힘에는 친윤도 적극적 친윤이 아니면 반윤 처럼 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앞서 국힘은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오자 2004년 이후 적용된 ‘당심 70%, 민심 30%’의 경선 룰을 ‘당심 100%’로 바꾸지 않았던가.
이제 국힘은 유 전 의원에 이어 나 전 의원의 힘을 빼서 친윤계 뜻대로 돌아가게 만든 셈이다.

친윤계는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친윤이 아닌 반윤을 제거했다고 기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MZ세대가 당원으로 적극 나서는 흐름의 과정에서 정적 제거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심 100%와 결선투표라는 돌발변수가 남아있어서다.

국힘 입장으로서는 특히 ‘이준석 사태’가 봉합된 지 4개월 만에 또다시 내분이 일어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국정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내년 총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정당 민주화 없이 잡음과 내분에 휩싸인 집권 여당이 그동안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다.

윤석열 정부가 이번 총선에서 또 다시 소수당으로 전락하게 되면 현재 추진 중인 노동, 연금, 교육, 공공 등 각종 개혁이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이재명이 싫어 윤석열을 택한 국민들이 더 불행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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