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고기
밥과 고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22.09.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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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나물 데온 물이 고기도곤 맛이 이셰.
초옥(草屋) 좁은 줄이 긔 더욱 내 분(分)이라.
다만당 님 그린 탓으로 시름 계워하노라.’

송강 정철의 시조다. ‘쓴 나물 더운 국물이 고기보다 맛이 있다. 좁은 초가집이 내 분수에 맞다. 다만 임을 그리워하는 탓에 시름이 겹다,’ 대충 이런 뜻이다. 그 옛날 못 살던 시절에 선비들 중에는 이처럼 안빈낙도의 은둔 생활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이 시조는 유배를 가서 임금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다른 뜻이 있는 것으로 읽히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가난한 선비의 생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이 시조를 앞에 든 것은 어느 시절에나 ‘고기’를 맛의 으뜸으로 쳤다는 점을 짚어보고 싶어서다.

고기 먹기가 매우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사람들은 고기를 무척 좋아하다 못해 거의 상식으로 즐긴다. 최근 보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기를 밥보다 더 많이 먹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2022년에는 처음으로 음식 중 고기를 밥보다 더 많이 먹는 해가 된다고 한다. 고기가 밥보다 더 많이 먹는다는 통계에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적색)육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하여튼 육고기는 가급적 먹지 않는 쪽이다. 몸에 안좋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다음으로 눈, 코, 귀가 있는 사람 비슷한 얼굴을 한 동물 고기를 먹는 것이 저어되어서다. 고기가 몸에 안좋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연구 자료도 많이 나와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 눈에 뜨이는 통계가 있다. 이 나라 젊은 청년들의 대장암,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두말할 것 없이 고기 섭취가 늘어난 때문이다. 빨간 색의 고기는 몸에 좋지 않으므로 먹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직장에 다닐 때 야외 소풍을 가게 되면 으레 가자마자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고 그러고는 돌아온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기 구워먹으러 소풍간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어렸을 적엔 밥상에 고기가 올라오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아버지 생신일엔 어머니가 푸줏간에 심부름을 보내시면서 ‘지름 좀 많이 달라고 해라’하고 당부를 하셨다. 살점보다 많은 기름덩어리를 가마솥에 물을 양껏 붓고 국을 끓여 입술에 기름기를 묻힌 기억이 있다.

정철(鄭澈)은 서인(西人)의 거두(巨頭)로 수많은 정적을 숙청하고 유배생활과 은둔, 벼슬살이를 거듭했다. 나중에는 강화도로 유배를 가서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시조는 유배생활 중에 지은 것으로, 당쟁에 얼룩진 속에서도 임금님께 ‘나를 잊지 마소서’ 하는 시인의 임금 바라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대장암,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를 보고 은근히 격정이 되었다. 고기가 맛이 있다고 폭풍흡입을 하면 이것 역시 과유불급이다. 일본 사람들은 암을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 생활습관이 병을 부른다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이 나빠지고, 담배를 끊지 못하면 폐가 나빠진다. 다 아는 생활습관병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육고기는 심하게 말하면 발암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는 고기를 꺼려하는 내게 “남의 살도 먹어야 써야”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고기 대신 콩, 두부, 생선, 우유 같은 것으로 대체한다.

사람들이 하도 삼겹살이 맛있다 해서 한두 번 먹어 보았는데 기름기가 너무 많아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삼겹살을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다른 먹을 것이 많은데 굳이 고기, 고기 하면서 탐하는 모습이 나하고는 안맞다. 언젠가 고기가 건강에 안좋다는 텔레비전 프로가 나가자 고기 시장에 손님 발길이 끊어져 상인들이 아우성을 치던 일이 있었다.

곧 교수들이 TV에 나와서 고기가 몸에 좋다고 떠들어 진정시킨 일이 있다. 맛이 있다고 고기를 밥보다 많이 먹는다니, 이것은 아닌 것 같다. 옛부터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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