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는 전투가 끝나면 백의종군 할 수 밖에 없다.
병사는 전투가 끝나면 백의종군 할 수 밖에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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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민의 소리(siminsori.com)에 게재된 언론인 정병준씨의 기고 ''시민후보'운동의 오만과 실패'와 관련, 나기백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이 해명성 글을 보내왔다.

나처장은 글에서 '반 보수정당 전선을 형성,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보려던 자치연대는 그 담론이 절대적으로 옮음에도 불구하고, 건설과정에 적지 않은 혼선이 노출 된 것이 사실'이라며 '자치연대를 아끼는 사람들과, 무엇보다 자치연대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한 동지들에게도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 보낸다'고 밝혔다.><편집자 주>




이글이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의 명함을 달고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오랜 변혁운동의 성과가 고답적 진실과 진부한 실천에 갇혀 대중적 지도력과 현실적 대안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운동적 고민이 자치연대의 태생을 촉발시켰다고 본다.

2000년 8월 19일 경남 남해의 전국 활동가대회를 시작으로 전국자치연대와 광주전남자치연대의 깃발을 올리는데 활동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선거에는 패배했다.

자치연대가 정당이 아니고 운동으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선거라는 결과의 책임보다는 그동안 묻어두었던 광주자치연대 건설과정상의 오류와 시민단체 사무처장으로서 경솔한 처신에 대해 그 책임을 겸허하게 나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 가 온 것 같다.
운동은 여전히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 이라고 보기 때문에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반드시 평가와 반성이 뒤따라야 되며 그에 상응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
그것이 운동의 자기정화능력을 보존하는 길이며, 이익단체나 기득권집단보다 도덕적 우위에 설 수 있는 길이라 본다.

돌이켜 보면 반 보수정당 전선을 형성하여 기존 정치권에 충격을 주고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보려던 자치연대는 그 담론이 절대적으로 옮음에도 불구하고, 건설과정에 적지 않은 혼선이 노출 된 것이 사실이다.
여러 과오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오류가 참신하고 개혁적인 시민운동의 정체성에 맞는 시민후보 발굴에 실패한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이해관계가 다른 개인적·집단적 수많은 정치노선과 지향을 조절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그 각기 다른 정치적 이해를 확고한 원칙으로 정리하기보다 상황에 이끌려 가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결론은 자치연대가 시민 운동적 원칙에 입각한 자기결정권을 상실하고 가장 중요한 시민후보 결정과정에 출마자들이나 집단의 이해와 욕구에 끌려가버리는 지도력 상실을 가져오고 만 것이다.

이 것은 다른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자치연대 지도부의 전략상실과 정치력부족 이라고 자인 할 수밖에 없다.
이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자치연대가 시민운동진영 전체의 의사결집에 실패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그 지도력 상실을 감수 할 수밖에 없었고, 두 번째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나 개인들을 제어 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재하여 수 없이 많은 내부논쟁에 휘말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에 크게 절망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스스로 상황을 반전시킬 역량이 부족했고, 그나마 자치연대에서 시민후보로 추천했던 후보들은 조직과 자금의 열세에다 선거 캠프마저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조급함이 시민단체라는 조직적 틀 속에 속한 실무책임자로서 여전히 선거참여에 비판적인 시민운동 선후배들과 참여자치21 회원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정한 절차와 동의도 없이 직접선거운동에 투신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의 성격 탓이기도 합니다.

저와 시민운동에 관한 관점이 약간 틀리지만, 다른 각도에서 고생하는 시민운동 선후배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치연대를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최대한 해야겠다는 조직 의리론이 발동했음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참여자치21의 발전을 위해 일해 왔던 몇몇 지방의원들에게 정치적 선택이 다르다고 해서 아픔을 줄 수밖에 없었던 처지에 대해서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개인적 의리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인간적 의리 때문에 운동과 조직의 방향을 틀수는 없다’는 말로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전투에 참여하는 병사가 명분과 당위를 쫒다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반대편에 설 수 도 있겠지요.

저 자신으로 보면 2년6개월의 참여자치21 사무처장 직무수행을 인생의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회원으로써 참여자치21이 모범적인 시민단체로 거듭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봉사할 생각입니다.
정병준기자를 비롯한 자치연대를 아끼던 사람들의 고언을 전해 들었지만 관철시키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치연대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한 동지들에게도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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