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동고 고사 관리 허술이 부정시험으로 이어졌다
광주 대동고 고사 관리 허술이 부정시험으로 이어졌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2.07.2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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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기말고사 시험문제 유출 고고생 2명 입건 조사
한 번도 아닌 두 차례나 교무실 침입
4년 전 2018년 시험문제 유출로 전국적 '망신'도

광주 대동고등학교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광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유출 사고가 일어난 광주대동고 전경

시험문제를 빼돌린 학생들이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 업무용 노트북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광주 서부경찰이 현재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빼돌린 고고생 A(17)군과 B(17)군을 조사하고 있는 혐의는 건조물침입·업무방해죄다.
이들은 지난달 말 교직원이 모두 퇴근한 시간을 이용해 학교 4층 교무실에 몰래 들어갔고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이 망을 보는 동안 B군은 일정 시간마다 화면을 캡처해 특정 폴더로 저장되는 이른바.‘악성 프로그램’을 USB 저장장치를 이용해 노트북에 설치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들이 악성 프로그램 설치한 뒤 사나흘이 지난 뒤 교무실에 다시 침입해 4개 과목(수학·지구과학·한국사·생명과학) 시험정보가 기록된 캡처 화면 파일을 USB 저장장치에 담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이들은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빼돌려 미리 외운 답으로 기말고사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말하자면 부정 시험으로 만점을 받은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범행이 들통나게 된 배경은 생명과학 과목에서 A군은 문제가 바뀌어 답을 정정한 4개 문항에 대해 수정 전 답을 기록하면서다.
이들의 구체적 침입 경위와 유출 범위 등은 앞으로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범행이 이뤄진 교무실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아 정작 학교 측은 외부인 침입 사실을 경찰 수사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4년전 시험지 유출파문을 일으켰던 광주 한 사립고등학교인 대동고의 고사관리 시스템이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1차 범행을 할때도 잠겨있지 않았던 교무실 창문은 2차 침입에도 여전히 열린 채 방치돼 있었다.
시험 출제 기간에 보안시설로 관리해야 할 교무실 창문이 무방비 상태였다.

교사들은 외부 저장장치(USB)에 시험지를 저장하고 PC에 정보를 남기지 않아 유출 염려가 없다고 믿었지만 정작 기본적인 방범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경찰 조사결과 교무실 안팎은 물론 복도에도 출입자를 체크할 폐쇄회로(CCTV) 영상 감시장치도 없었다.

교무실은 원래 2층에 있었으나 지난 2월 고교학점제 교실조성사업 과정에서 4층으로 이전한 후 감시장치 등 보안 강화조치를 하지 않은 탓이다.

교직원의 허술한 보안의식도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4년 전 시험지 유출로 홍역을 치르고 구축한 고사 관리체계도 기초부터 지켜지지 않은 내부 보안의 허점 때문에 허망하게 무너졌다.
특히 범행에 가감한 B군이 프로그래밍 전문가 수준이었고,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본인이 일부 수정(코딩)을 한 뒤 범행에 이용함으로써 범행에 고의성이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학생들은 범행동기를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고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25일 경찰은 이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뒤 또 다른 학생들의 연루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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