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아파트
냄새나는 아파트
  • 시민의소리
  • 승인 2022.07.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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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 괴이한 뉴스가 실렸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악취가 나 천장을 뜯었더니 인분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두 개의 봉지에 담긴 인분봉지가 방 천장에 묻힌 채 몇 십 년을 거주자들과 함께 지낸 셈이다.

인테리어를 하느라 벽지를 뜯었더니. 집주인이 숨겨둔 황금덩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는 본 적이 있지만 세상에, 인분 봉지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처음 접했다. 옛날에 도둑들은 남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하고 그 집을 빠져 나가기 전에 으레 변을 보고 나갔다. 그래야 뒷탈이 안 생기고 안 잡힌다고 굳게 믿었다.

한데 아파트 천장에 인분이라니, 이게 무슨 변이란 말인가. 새 집에 도둑질해갈 물건도 없었을 텐데. 내 기억이 맞다면 1970년대 잘 나가던 신생 건설업체 종사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썼는데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높은 아파트의 공사 중에 볼일을 보려면 까마득한 아래 땅으로 내려가는 것이 시간도 들고 귀찮아 그 층에서 볼일을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큰 것은 바닥이나 벽에 넣고는 시멘트를 이겨 덮는다는 것.

나는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부터 아파트는 철근과 물, 시멘트 그리고 인분으로 짓는다고 우스갯말로 떠든 적이 있다. 진짜로 고충 아파트 건설 인부들의 생리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금까지도 항상 궁금하다. 따로 변기통 같은 것을 설치해 놓고 해결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나는 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 살면서 세면대의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 하자 보수를 요청한 일이 있다. 담당자가 와서 물을 여러 차례 내려 보고는 괜찮다며 냉큼 돌아가 버렸다. 내가 성질이 급해서 물이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못참고 하자라고 했는가싶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2년 후 이번에는 세면대의 물이 아예 빠져나가지 않아 고치러 온 사람이 세면대의 파이프를 열고 손을 집어넣어 오래된 젖은 종이뭉치 같은 것을 한 주먹 끄집어냈다. 보나마나 건설할 때 인부들이 버린 것이 쓰레기가 틀림없었다. 그 뭉치에 이런저런 침전물들이 쌓여 물이 내려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짓고 나서 입주자들에게 ‘하자 보수’ 신청하는 기간을 준다. 아니, 집을 지을 때 완벽하게 지어야지 애당초 지을 때부터 하자를 전제로 하고 집을 짓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싶다.

자동차를 판매하고 나서 하자 신청을 하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텔레비전을 팔고 나서 하자 신청을 하라는 안내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인간이 지은 건축물이니 간혹 아주 드물게 하자가 생길 수도 있으니 그걸 고쳐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준공 검사를 마친 아파트에 하자 항목을 미리 설정해 두는 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아파트는 사람이 거주하는 집인데, 최대한 완벽하게 짓는 것이 맞지, 처음부터 하자발생을 입주자에게 넘겨주고 재주껏 찾아보라 하는 것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내가 사는 아파트의 3층 계단 창에 비가 오면 물이 새들어온다.

그때마다 관리사무소에서 유리창 아래에 헝겊을 대놓는다. 빗물이 흐르지 않게 임시변통이다. 하자 보수 요청을 3년 넘게 했지만 시공업자는 날 잡아 잡숫쇼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지하바닥에도 물이 스며든다, 지하층에는 여름 장마 중에 대형 가습기를 틀어 놓는다.

그래도 까다로운(?) 준공 심사에 용케 통과한 아파트다. 철근은 제대로 넣고 집을 지었을까. 고작 40년 후 재건축하는 까닭을 알 것도 같다. 하자 보수 신청이 전체 단지에 2천여 건이 넘었다. 참 괴이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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