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로망
혼자 사는 로망
  • 시민의소리
  • 승인 2022.07.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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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외출에 제약을 받다 보니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며 지낸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벌써 2년 6개월에 이른다. 감옥살이가 따로 없다. 하도 무료해서 복동이와 놀다가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그래도 심심하면 부추전을 부쳐먹기도 한다.

남들은 다들 아무렇지 않게 자유로이 코로나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하는 모양으로 극장에도 가고 야구장에도 가지만 나는 그렇게 못한다. 어머니 말씀을 인용하면 나는 땅이 꺼질까봐 못나가는 사람 같다.

이렇게 사는 것도 사는 것이다. 프랑스의 파스칼이라는 철학자, 과학자, 수학자는 일생 동안 자기 마을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러고도 과학사에 유명한 파스칼의 원리를 발견했고, 고매한 철학을 논했다.

파스칼의 유명한 이야기에 이런 것이 있다. 내기다. 사람이 죽어 천국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천국이 있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내용이다. 즉, 천국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죽었을 때 만일 천국이 있으면 어떡할 건가.

그러니 천국이 있다고 믿었다가 죽어서 천국이 없으면 그만이고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있다고 믿었다가 손해볼 것이 없다는 것. 그 반대쪽에 서면 손해다. 삶에서 이기는 법을 설한 것이다.

일생을 사노라니 파스칼의 말이 아니더라도 일단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가 그랬다는데 ‘내일 세상에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이렇게 긍정 마인드로 살아가면 손해볼 일이 작아진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살아가면 그 부정 마인드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긍정은 내기에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삶에 고무된다. 기왕에 한번 사는 목숨, 무엇이든 된다고 보고 사는 것이 안된다고 여기고 주눅 들어 사는 것보다 성취할 가능성이 높다. 삶이란 끊임없는 내기의 연속이다.

나는 혼자 살고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혼자 사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서 밥, 빨래, 청소하고 산다.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라고 노래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는데 내가 바로 그 짝이라고 할까. 특별한 욕심 같은 것도 당최 없다. 거의 무욕에 가까운 생활이다.

다만 이 방 저 방에 가득한 저놈의 책들을 어찌할까 고민이다. 살면서 앞으로 내가 저 많은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먹고 사느라 바삐 살다 보니 그새 못읽었던 책들이 너무 많다. 솔직히 지금은 시간이 많은데도 거의 못읽는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쓰는 시간이 더 바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 혼자 사는 로망에는 게으름이 천적이다. 누가 간섭을 하거나 무어라 말하지 않으니 게으름이 사탄처럼 꼬여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달콤함에 넘어갈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나는 내 몸의 구조를 살핀다.

팔과 다리를 보면서 인체의 구조가 팔로 무엇인가를 하거나 발로 걷거나 하도록 되어 있음을 보고 죽을 때까지 인간은 게을러서는 안되게끔 되어 있음을 알아차린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 무어든 부지런히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것이 하늘이 내린 운명이다.

마음이 동하면 아파트 계단을 숨이 차게 몇 십 층을 오르기도 하고, 복동이와 함께 한 시간쯤 개천가를 걷다가 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내 삶은 극히 단조롭다. 코로나 이후 외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코로나가 내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명하게 했다. 나는 재가 승려처럼 산다. 아니, 수행하지 않는 수도자랄까.

그런데 진짜 문제가 있다. 젊었을 적엔 내게 복종하고 친절했던 살림도구들이 내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적대감을 갖고 대한다는 것. 자주 냄비를 태워먹고, 그릇을 놓쳐 깨뜨리고, 부엌에서 종종 과도를 떨어뜨리고, 뜨거운 물을 엎지르기도 하고…. 내가 살림살이들을 친절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혼자 사는 것이 반드시 로망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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