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79) - 上適翠臺(상적취대)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79) - 上適翠臺(상적취대)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6.2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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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다가도록 그렇게 누워서만 계시는고 : 上適翠臺 / 도와 최남복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늘 푸른 돈대墩臺를 향해 오르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적취대는 구불구불한 바위 위에 솟아 있다고 했으니 바위 위에 난간을 척 버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난간의 어귀에 오르려면 힘이 들어 무언가 비빔손이나 간곡한 자기 소망을 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뭄이 들어 온 대지가 타들어 가고 있을 때 어찌하여 인간에겐 비는 내리지 않고, 태평하게 한 해가 다가도록 누워서 계시는건가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上適翠臺(상적취대) / 도와 최남복

칠곡 바위 여울에 푸른 용이 비치는데

어찌하여 인간에게 단비는 오지 않고

한해가 지나가는데 누어서만 계시는가.

七曲婉婉石出灘 蒼龍隱暎水中看

칠곡완완석출탄 창룡은영수중간

胡爲不作人間雨 竟歲無心臥碧寒

호위불작인간우 경세무심와벽한

한 해가 다가도록 그렇게 누워만서 계시는고(上適翠臺)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도와(陶窩) 최남복(崔南復:1759~181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일곱 구비 꾸불꾸불한 바위 여울에 솟아있고 / 숨어있는 푸른 용이 물 속에서 비치고 있구나 // 어찌하여 인간에겐 이렇게 비는 내리시지 않고 / 한 해가 다가도록 한가하게 누워만 계시는건가]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적취대를 오르면서]로 번역된다. 적취대가 어디에 있는지 장소는 불문명하다. 동내 뒷산에 있는 푸르름이 짙은 누대로 오른 길목은 아니었을까 본다. 거기엔 구불구불한 바위가 여울처럼 솟아있었고, 숨어 있는 푸른 용이 금방이라고 솟아오를 듯 물속에 비치고 있다고 했다. 이 용이 승천하면서 용변을 보아야만 비를 주룩주룩 내릴 수 있을텐데 승천할 궁리는 하지 않고 편하게 누워만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시적인 상상력에 빠져든다. 시인은 선경의 시상에 잘 어울리는 한 마당을 연출해 보인다. 일곱 구비 꾸불꾸불한 바위 여울이 솟아있고, 숨어있는 푸른 용이 물속에서 훤하게 비치고 있다는 그림 한 폭을 그리고 있다. 취적대가 있는 곳의 산과 물의 정경까지를 여과 없이 쏟아내 보였다. 화자의 심산은 인간을 유리하게 만드는 비를 내리지는 않고 그렇게 한가할 수가 있겠느냐는 푸념어린 한 마디를 쏟아내려고 했겠다. 어찌하여 인간에겐 비는 내리시지 않고, 한 해가 다가도록 그렇게 누워만 계시는가를 묻고 있다. 시제가 보여준 동중정動中靜의 한 경지를 은은하게 펼쳐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일곱 구비 여울 솟고 푸른 용이 비춰오네, 비는 내리시지 않고 한가히 누워만 계셔’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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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작가는 도와(陶窩) 최남복(崔南復:1759~1814)으로 조선 후기의 유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저서로 <도와 문집>이 전한다. 8권 4책으로, 권 1·2는 시 187수, 권 3·4는 서(書) 80편, 권 5∼8은 잡저, 찬, 상량문, 축문, 제문, 행장 등이 실려 있다. 1900년에 증손 최현상이 간행한 목판본 책이다.

【한자와 어구】

七曲: 일곱 번 굽음. 婉婉: 구불구불하다. 石出灘: 바위 여울이 솟다. 蒼龍: 푸른 용. 隱: 숨다. 暎: 비치다. 水中: 물 속. 看: 보이다. // 胡爲: 어찌하여. 不作: 짓지 않다. 내리지 않다. 人間雨: 인간에겐 비를 내리다. 竟歲: 한 해를 마치다. 無心: 무심하게. 臥碧寒: 푸른 하늘에 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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