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야, 날 어쩌란 말이냐
물가야, 날 어쩌란 말이냐
  • 시민의소리
  • 승인 2022.06.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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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생수 주문을 끊었다. 몇 년간 생수를 주문해서 음용수로 사용했으나 가계부의 지출 구멍을 최대한 막기로 한 다짐에 따라 틀어막은 것이다. 시쳇말로 요즘 물가 위협이 내게는 장난이 아니다. 생수도 10팩에 2천원이나 인상되었다. 우유는 1년도 안되어 두 차례에 걸쳐 4백원이 올랐다.

모든 물가가 1백 미터 경주를 하듯 빠르게 치솟고 있다. 오죽하면 구순이 넘은 어머니까지 물가 걱정을 할 정도다. 정부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원자재, 인건비, 물류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한 대목을 억누른다고 물가가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 때문에 돈을 소나기처럼 퍼부어 놓았으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고, 더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져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미국은 몇 십년 만에 처음으로 8퍼센트가 넘는 물가고를 경험하고 있고, 우리는 유례가 드물게 5퍼센트대를 엿보고 있다.

우리가 먹고 사는 생활물가만을 따진다면 10, 20퍼센트의 물가폭등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지출을 줄이면 물가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가정 단위로는 소비 억제가 가계부에 주름살을 줄일 수 있지만 돈이 돌지 않으면 공장이 놀게 되고, 공장이 쉬게 되면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나는 절약을 해야 하는데 사회는 돈이 돌아야 한다는 이율배반의 메카니즘이 경제의 두 얼굴이다. 그러므로 돈 있는 사람들은 적절하게 소비를 해야 하고, 정부는 금리나 세제를 활용해서 물가를 낮추는 노력을 해주어야 하는데 돈 있는 사람은 외국으로 나가고 정부는 물가고 앞에서 전전긍긍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치킨값을 올리는 기업에 매를 들어서는 곤란하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든 들어오는 수입은 일정한데 나가는 지출이 계속 커지고 있다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이 나도 태풍이 불면 꼼짝 않고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 물가고가 생계의 위협이 되어서는 안된다.

서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한 편에선 공무원들처럼 다달이 월급을 받고 수당을 챙기고 보너스가 나오는 직군은 별 걱정이 없을 것이다.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코로나 시국에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수입을 챙겼고 없이 사는 사람들은 더 많이 잃었다.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차상위 계층에 대한 세금 환불 제도, 푸드 티켓, 작은 정부, 하루 4시간 근무 일자리 나누기 같은 여러 방안을 내놓아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

경제란 알쏭달쏭해서 일본처럼 30년 동안에 겨우 10퍼센트 오르는 물가가 안정된 나라도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고 한다. 일본은 임금도 몇십 년째 거의 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극단의 물가안정은 크게 보아 국가경제적으로 안 좋을 수도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전 국민의 절약이 몸에 밴 그런 생활이 좋을 듯한데 되레 경제를 위축시킨다니. 우리는 정 반대로 물가, 인건비, 금리가 미구 올라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온다. 그렇다고 나한테까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돈을 쓰라는 것은 ‘안될 말씀’이다. 나는 이 위기를 자린고비처럼 지낼 수밖에 없다.

여러 해 전 일본 사람들이 하도 소비를 하지 않으니까 일본 정부가 개인들에게 3만엔씩 나누어 주었다. 그러면서 수상이 백화점에 가서 넥타이를 사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이렇게들 물건을 제발 사 주시오. 그랬는데 일본 사람들은 그 돈을 들고 곧장 은행으로 가서 저금을 했다.

왜 그랬을까. 집값이 반으로 떨어져 고통을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다. 그래서 공으로 생긴 돈을 쓰지 못하고 저축을 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금리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다. 오히려 돈을 맡긴 사람이 맡긴 대가로 은행에다 돈을 물어야 할 판이다.

경제는 참 어렵다. 국가 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내 가계부는 소비를 줄이라고 빨간 경고등을 켠다. 내가 보기에 상당 기간 우리 경제가 불황을 겪게 될 같다. 오늘날 경제는 전 세계가 한 그물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만 좋아지는 경제 같은 것은 없다. 특히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과 중국이 저렇게 허덕이는데 무슨 재주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만 경제가 좋아질 수 있으랴.

하기는 아파트값이 지난 3, 4년 어간에 두 배, 세 배씩 올랐으니 생수나 우유값이 올랐다고 가계부 운운할 나 같은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늘 그랬듯이 그저 없이 사는 서민만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물가야,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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