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자식잃은 유족 만나 42년만에 눈물의 사죄
5·18 계엄군, 자식잃은 유족 만나 42년만에 눈물의 사죄
  • 시민의소리
  • 승인 2022.05.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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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공수여단 출신 병사·간부 등 3명
아들 잃은 어머니에게 "죄송합니다"
유족도 "이제라도 찾아와줘 고맙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 42년 만에 희생자 유족을 만나 눈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고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와 포옹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고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와 포옹하고 있다.

24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1980년 5월 당시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계엄군 3명이 지난 19~20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유가족들을 만났다.

3공수여단 출신 김모 중사와 박모 중대장, 11공수여단 출신 최모 일병을 비롯, 5·18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와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추혜성 대표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중사와 박 중대장은 자신들이 목격한 진압 과정 등을 증언하며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죄한다. 우리가 당시 너무 심했다"며 고개를 떨궈 사과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 여사도 "이제라도 찾아와줘서 고맙다. 무참하게 죽어간 내 아들을 만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심선언과 증언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느냐"며 "계엄군들이 가지고 있는 무거운 기억과 트라우마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도 "그동안 우리 유족어머니들은 용서해주고 싶어도 용서할 상대가 없었다. 비록 늦었지만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당신들도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내려와 고생했는데, 우리도 피해자이지만 당신들도 또 다른 피해자임을 알고 있다"며 눈물로 서로를 위로했다.

조사위의 계엄군 전수조사 과정에서 사죄의 뜻을 밝힌 일부 계엄군이 자원하면서 이뤄진 만남이다.

허연식 조사위 조사2과장은 "어머니들이 계엄군들의 사죄와 고백을 받아주고 용서해주면 더 많은 계엄군들이 마음을 열고 증언과 제보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유가족들과 포옹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이 유가족들과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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