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어록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어록
  • 문틈 시인
  • 승인 2022.05.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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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내게 가장 많이 기억할 만한 어록을 남겼다. 특별히 문재인 대통령의 말들을 잊어먹지 않고 있는 것은 내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평소 바라는 바를 그가 말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이 먼저다.’ 정치인의 말이라기보다는 철학자의 말처럼 들렸다. 따뜻하고 참으로 인간적인 말이다. 이 유명한 말의 저작권은 남미의 베네주엘라에 있다는 말도 있다. ‘사람이 먼저다(La gente es lo primero)’라는 말은 베네주엘라에서 좌우파를 가라지 않고 사용했다. 심지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슬로건이기도 했고 자동차 광고 같은 상업광고에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말의 시초가 어디서 나왔건 문재인 대통령의 이 말은 그의 선해 보이는 얼굴 표정과 함께 오래 기억될 말이다. 이 말이 국가정책으로 명백하게 실현되었더라면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목표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뻐서 가슴이 쿵쿵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이 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늘 하던 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것에 못지않은 큰 희망을 안겨주는 말이다.

한데 딴지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말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우리가 주창하는 공정은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을 강조할 뿐 아니라 '결과의 정의'까지 고려하고 이를 사회 각계각층에서 실현하는 것이다”라고 썼었다며 표절 시비를 걸었다.

사실 이 말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우리나라 어느 노동조합 간부에게서 들은 말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공산당이든,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이든 이렇게 좋은 뜻을 국정 목표로 삼겠다는 것에 잘못이 있다고는 나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위대한’ 말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나오는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를 주창한 민주주의의 정의에 값하는 말에 못지않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대통령이 한 그 말이 국정에 얼마나 반영되었느냐 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때 A4용지에 대화 요지를 적어 놓지 않으면 외국 정상과 말을 못한다며 시비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퇴임 며칠 전에 JTBC에서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는 것을 보고 명석하고 뛰어난 대통령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탁자 위에 메모지 하나 없이 척척 날카로운 질문을 받아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 중에 내가 감동한 말이 또 있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포용국가를 만들겠다’는 말. 나는 이 말도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 가장 진일보한 정책 목표라며 무척 반겼다.

모든 국민의 생애 전 주기를 국가가 뒷받침하겠다는 말이다. 이게 국가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아닌가? 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말에서 나는 세계 경제 10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신만만함을 보고 박수를 쳤다.

이제 대통령 자리를 물러난 마당에 이 말들을 들추어내 가지고 그 말들이 공수표가 되었느니, 어쨌느니, 하고 뭐라 할 생각은 없다. ‘지극히 예사로운 평범한 말에 새로운 의미나 특별한 울림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그 말들 자체는 아름답고 간절한 바가 있다. 그 말의 내용을 국민인 우리가 실행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가 남긴 말 때문에라도 결코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록으로 본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문재인 보유국’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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