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천과정, 정치문화가 아쉽다
지방선거 공천과정, 정치문화가 아쉽다
  • 주종광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2.05.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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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광 객원논설위원(법학박사,공학박사)
주종광 객원논설위원
(법학박사,공학박사)

“불·휘기·픈남·ᄀᆞᆫ ᄇᆞᄅᆞ·매아·니:뮐·ᄊᆡ 곶:됴·코여·름·하ᄂᆞ·니”, 이는 세종27년(1447)에 편찬된 용비어천가의 한 대목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 좋고 열매 많나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필자도 훈민정음으로 쓰여진 이 용비어천가를 고교시절에 줄줄줄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뿌리가 깊어야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대체로 이 바람을 정치적, 사회적 변화의 바람으로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뿌리가 튼튼하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보면, 정치문화가 건강하고 건전하며 바르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지방선거에 출마할 정당후보자를 선출하는 경선과정에서 많은 잡음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민심과 당심이 전혀 다른 경우에는 더욱 말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체로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에는 당심과 민심을 골고루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세력판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지만, 행여 컷오프라도 되는 후보가 있으면 집단 반발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특히 기초의원 정당후보선출은 경선과정에서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의외의 후보가 선출될 경우에는 다양한 추측과 함께 각종 풍문이 민심을 헤집고 다니게 된다.

특히 유력한 후보가 경선도 거치지 못하고 지지자들의 예상과 달리 컷오프(공천배제)되었다면 풍문에 풍문이 더해져 지역민들 사이에 갈등이 동원되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컷오프된 후보가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선언이라도 하게 되면 더욱 그렇다.
이런 후보가 왜 컷 오프된 것이지를 명확하게 이해될 수 없다면 반대로 역풍이 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선거다.

평소에 능력이 있어 보이고 평판관리를 나름대로 잘하며, 지역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후보가 정당에서 후보로 선출될 수 있는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이상적인 정당일 것이다. 그렇다고 정당정치에서 지역권력을 쥐고 있는 엘리트 그룹의 뜻이 배제된 채, 평범한 지역민들의 의견만을 반영하여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당메카니즘을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무리다.
그렇게 되면 정당의 정체성마저 지키기도 쉽지 않을 뿐 만아니라 패밀리비지니스라는 본질이 몰각되어 지역의 엘리트 그룹의 존재마저 사라지기 때문에 기대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미국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풀뿌리 민주주의(영어: grassroots democracy)라는 말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소수 엘리트 그룹에 의해 절대다수의 지역민을 지배하는 구조를 타파하고, 지역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지방자치와 분권을 통해 공동체를 운영해 보자는 참여 민주주의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고민들을 지방의원이나 기초의원들이 집행부와 협의나 갈등을 통해 표출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일 것이다. 이런 의정활동과정에서 문제의식을 가진 능력있는 의원일수록 빛을 보기 마련이고 차제에는 한층 더 발전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물론 거수기 역할만 했던 의원들이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歸結)일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뿌리 깊은 나무처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큰 나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나무가 자라는 토양이나 자연환경 즉, 좋은 정치문화나 환경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표심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세대간, 도농간, 남녀간, 특히 사회의 변혁을 갈망하는 MZ세대(통상 1983-2003년생)의 표심은 한국의 정치지형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선찰지형(先觀地形), 후관풍세(後察風勢)라는 궁도인들이 많이 쓰는 말처럼 반드시 먼저 정치지형을 살피고 바람이 어디로 불어가는지를 살피는 것이 지략일 것이다.

명심보감 천명편(天命篇)은,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라고 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정당정치의 판세는 극명하게 갈리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은 오만방자한 사람이나 정당을 용납하지 않는 경향성이 보인다는 말이 지나친 일반화를 위한 오류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초자치단계에서 덕망 있는 훌륭한 지역인재들이 정당공천을 받고 지역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정치구조와 과정을 가진 정당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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