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71) - 금강산(金剛山)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71) - 금강산(金剛山)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4.25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듣던 대로) 금강산은 일만 이천 봉이구나 : 金剛山 / 우암 송시열

금강산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산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렇다. 중국인들이 탄복을 하면서 신의주新義州를 거쳐 북한에 들어가 관광하려는 제일의 목적이 금강산을 찾기 위한이라는 말을 수차례에 걸쳐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금강산을 두고 우리 선현들이 남겨놓은 시문만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금강산은 해가 떠서 구름이 모두 걷히고 산만 우뚝 서 있으니 내가 듣던 대로 금강산은 일만 이천 봉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金剛山(금강산) / 우암 송시열 錦囊(금낭) 50쪽

산에는 구름이 온 하늘이 하얀 색에

산인지 구름인지 구분 할 수 없는데

금강산 구름 걷히니 산만 우뚝 서있네.

山與雲俱白 雲山不辨容

산여운구백 운산불변용

雲歸山獨立 一萬二千峰

운귀산독립 일만이천봉

(내가 듣던 대로) 금강산은 일만 이천 봉이구나(金剛山)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산이 구름에 덮여 온통 하얀 색이 되었는데 / 구름과 산을 어떻게 구분할 수가 없구나 // (해가 떠서) 구름이 모두 걷히고 산만 우뚝 서 있으니 / (내가 듣던 대로) 금강산은 일만이천봉이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금강산은 일만이천봉로구나]로 번역된다. ‘누구의 주재主宰런가 맑고 고운 산’으로 시작한 금강산의 노래,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金剛山圖와 만폭동도萬幅洞圖도 생각한다. 예로부터 금강산은 書不盡畵不得(서부진화부득)이라고 하여 글로도 다 할 수 없고, 그림으로도 다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시인 우암이 7세 때 금강산을 보고 나서 쓴 시문이란다. 어린이답지 않는 실력에 놀랍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짤막한 한시 한 편은 큰 감동이다. 시인의 시상은 선인들이 즐겨 썼던 선경으로만 그치지 않고, 후정까지 살며시 놓아 보인 시상의 멋을 만나게 된다. 산은 온통 구름에 덮여 하얀 색을 띠고 있고, 그래서 구름과 산을 잘 구분할 수가 없다고 했다. 구름과 산을 구분할 수가 없다는 시상이 후정의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구름에 덮였던 산이 걷히고 나니 이미 해가 떠서 산만 우뚝 서 있었다고 했으니, 금강산은 일만이천봉이라 했다. 익히 들어왔던 금강산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봉우리 이름이지만, 구름이 걷힌 다음에 선명하게 보인 봉우리의 진한 맛은 새로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산의 구름 하얀색인데 구분할 수가 없구나, 구름 걷힌 산만 우뚝 일만 이천 봉이로군’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작가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로 조선 중기 때의 문신이자 학자다. 1649년(효종 1) 장령에 등용, 비로소 조정에 나갔다. 현종 때 좌의정, 우의정을 지냈으며, 주자학의 대학자로 여러 차례 귀양살이의 어려운 가운데서도 저술에 힘쓰고 학문에 열중하여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다.

【한자와 어구】

山: 산. 與: ~과 더불어. ~에 덮이다. 雲俱: 구름과 함께. 白: 희다. 흰색이다. 雲山: 구름과 산. 不辨: 분변할 수 없다. 容: 모양. 형태. // 雲歸: 구름이 걷히다. 구름이 돌아가다. 山獨立: 산이 혼자 서다. 산이 외롭다. 一萬二千峰: 일만 이천 봉오리(一萬: 일만. 二千: 이천. 峰: 봉오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