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국익 위해 신중한 접근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국익 위해 신중한 접근을
  • 주종광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2.04.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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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광 객원논설위원(법학박사,공학박사)
주종광 객원논설위원
(법학박사,공학박사)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점차 장기화 되어 가는 추세다.
단 3일 정도면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첨단 무기 지원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항전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2022년 4월 11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무기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게 눈길을 끈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는, 침공을 당한 국가에 각종 무기 등을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제노사이드(민간인 집단학살)와 같은 전쟁범죄를 규탄하고 있다. 당연히 침공을 감행한 국가는 나쁘고, 침공을 당한 국가를 동정하면서 좋은 국가로 인식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동안 한-러시아 친선관계를 이끌어 내기 위해 양국 간에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살상무기의 지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물자만을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더욱이 러시아는 남북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이고, 일본과도 영유권분쟁을 하는 나라이니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592년, 일본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가도정명(假道征明, 명나라를 치러 가니 길을 빌려달라는 뜻)을 명분으로 내세워 임진왜란이라는 참혹한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 명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전장(戰場)을 조선으로 국한하고자 참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선을 잃으면 당장 명나라가 전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명나라 입장에서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인 셈이다. 이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이웃나라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온전하기가 어렵다는 비유로 쓰인다.

1985년 3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하면서 추진한 페레스트로이카(재건, 개혁) 정책을 통해 러시아에는 자유화 바람이 불었고, 이와 더불어 동서냉전이 완화되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었다.
1990년 노태우 정부가 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소련은 수교를 맺었다.
당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제주도 방문과 노태우 대통령의 소련 방문이 성사되었고, 그 다음 해인 1991년에는 남북한이 함께 유엔(UN)에 가입하게 된다.

한국은 수교 후, 소련에 30억 달러 차관을 제공했다. 구 소련이 붕괴되자 이를 계승한 러시아 연방에게 채무 상환 의무가 승계되었고, 당시 러시아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한국과 러시아는 현금상환 대신 현물상환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후 러시아는 상당한 부채를 원자재, 헬기, 방산물자 등으로 상환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방산물자 관련된 사업을 ‘불곰사업’이라 한다.
불곰사업으로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이 기술이전을 꺼리던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은 그동안 상당한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현실주의 정치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에 등장하는 새우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일까?
필자는 한국의 국력을 감안할 때 최소한 돌고래 정도는 된다고 본다.
남의 나라의 눈치를 보면 눈치를 보는 타국에게는 그 만큼의 권력이 생길 것이다. 특히 특정 국가에 호의가 계속되면 그 호의는 상대국에는 권리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외교 역시 철저한 실용외교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국가이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적어도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전장(戰場)을 유럽으로 확대시키지 않고 우크라이나로 전장을 국한시키는 효과가 있으니 한국과는 입장이 다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정전협정에 서명한 이래 남북한에는 지금까지 휴전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와 한일 관계,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 간 영유권분쟁, 중일 간 영유권분쟁, 중국과 대만해협의 긴장 등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의 세력균형과 영토분쟁에 대한 국가 간의 복잡한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고려없이 단순하게 침공을 당한 쪽을 동정하는 세계여론이나 국내여론에 등 떠밀려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전쟁에 지고 있는 나라 국민들을 위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것과 그 나라에 무기와 군대를 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몰라도 무기를 지원해서 전쟁에 개입하게 되는 것은 국익을 위해 곤란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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