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69) - 향조국진군(向祖國進軍) (1)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69) - 향조국진군(向祖國進軍) (1)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4.11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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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철채(鐵寨)에서 주인은 말을 먹이네[1] : 向祖國進軍 / 백야 김좌진

우리는 일본은 침략자라고 규정한다. 침략자들의 근성은 약탈과 겁탈이다. 닥치는 대로 귀중한 문화제와 특산물을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한다. 치유되지 않고 있는 성노예性奴隸란 불명예가 우리 땅을 강타하고 있다. 아픈 역사의 현실은 그러했다. 지금도 독도가 그들의 땅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은 침략자의 근성을 그대로 보인다. 대포소리 울려 퍼져 만방에 봄이 오니, 달빛 아래 산영(山影)에서 나그네는 칼을 간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向祖國進軍(향조국진군)[1] / 백야 김좌진

대포소리 울려 퍼져 만방에 봄이 오니

푸른 산에 큰 땅에도 만물이 새로운데

나그네 칼을 갈고서 말 먹이는 주인 님.

砲雷鳴送萬邦春 大地靑丘物色新

포뢰명송만방춘 대지청구물색신

山營月下磨刀客 鐵寨風前秣馬人

산영월하마도객 철채풍전말마인

바람 부는 철채(鐵寨)에서 주인은 말을 먹이네(向祖國進軍)로 변역해본 율(律)의 전구인 칠언율시다. 작자는 백야(白冶) 김좌진(金佐鎭:1889~1930)장군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대포소리 울려 퍼져 만방에 봄이 오니 / 푸른 뫼 큰 땅에도 만물이 새롭구나 // 달빛 아래 산영山影에서 나그네는 칼을 갈고 / 바람 부는 철채鐵寨에서 주인은 말을 먹이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조국을 향하여 진군하리(1)]로 번역된다. 일본의 짓밟음으로 인해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에 등불이었다. 나라 안팎에서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맞서 싸웠다. 김좌진 장군의 만주지방 청산리싸움을 많이들 기억한다. 후구로 이어지는 결의에 찬 시적 구성은 [펄럭이는 깃발은 천리를 뒤덮었고 / 북소리 뿔소리는 하늘을 흔들었는데 // 십년의 와신상담 벼르고 벼르던 이 마음 / 동쪽에 떠있는 현해탄 티끌들 쓸어버리리라]라는 시상이다. 시인은 위와 같은 결의 찬 나머지 내 조국 내 민족을 내가 굳게 지키리라는 우렁찬 함성을 듣게 된다. 대포소리 울려 퍼져 만방에 봄이 돌아오니, 푸른 뫼 큰 땅에도 만물이 새롭구나 라고 했다. 우리 민족에게는 정의감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내 조국 내 민족을 구제하겠다는 올곧은 생각을 했겠다. 화자에겐 입술을 깨무는 야심찬 결의가 이어지는 다음 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달빛 아래 산영山影에서 나그네는 칼을 갈고 / 바람 부는 철채鐵寨에서 주인은 말을 먹이네]라고 했다. 누구를 위하여 칼을 갈고, 누구를 위하여 철채에서 말을 먹이겠는가. 깊은 상념에 빠져 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대포 소리 만방 울려 큰 땅 만물 새롭구나, 달빛 상영 칼을 갈고 철채 주인 말 먹이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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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가는 백야(白冶) 김좌진(金佐鎭:1889~1930)으로 독립운동가다. 3ㆍ1 운동 때에 만주에 들어가 북로 군정서를 조직하고 총사령이 되어 사관양성소를 설립하고 병력을 양성하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1920년에 청산리 대첩에서 일본군을 크게 무찔렀다. 뒤에 공산당원에게 저격당하였다.

【한자와 어구】

砲雷: 대포소리. 鳴送: 울려 퍼지다. 萬邦春: 만방이 봄이다. 大地: 온 땅. 靑丘: 우리 땅엔. 物色新: 물색이 새롭다. // 山營: 산의 병영. 月下: 달빛 아래. 磨刀客: 나그네는 칼을 갈다. 鐵寨: 철채. 철망의 작은 변방. 風前: 바람 앞. 秣馬人: 주인은 말을 먹이다. [秣]은 꼴 혹은 말을 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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