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에 빠진 날
멘붕에 빠진 날
  • 문틈 시인
  • 승인 2022.03.24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는 끝이 없는가. 이 변이가 지나가면 다른 변이가 온다. 점점 더 감염력이 센 코로나 변이가 나타난다. 증세는 가볍다고들 하지만 사망자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망자가 하루 몇 십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4백 명 수준이다.

하루에 곧 1천 명이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하루 확진자가 4, 50만 명 수준이다. 문자 그대로 슬쩍 스쳐만 가도 걸린다는 이야기다. 결국 5천만 국민이 다 코로나에 한 번씩 걸려야 이 사태가 끝날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걸렸다가 낳은 사람이 또 걸리는 것을 보면 끝이 없어 보인다. 성서는 ‘앞으로는 물로도 불로도 멸망치 않게 하리라’고 했는데 그 말뜻이 눈에 안 보이는 이 바이러스를 말함인가 싶을 정도다.

나는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 예약을 모두 4월 하순으로 늦추어 놓았다. 코로나가 무성한데 위험 공간인 병원에 가기가 꺼려져서다. 그리고는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고 있다. 밖에 나가는 것이 마치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장에 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오늘은 여러 날 전부터 참고 지내던 인후통이 더 심해져서 하는 수 없이 병원에 갔다. 의사에게 입을 벌려야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될수록 치과를 가지 말라 했다. 치료를 마치고 간호사에게 ‘오늘 확진자 안 다녀갔지요?’하고 물었더니 ‘오전에 확진자가 왔었다’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그 순간 나는 머리끝이 서고 까마득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확진자가 다녀가면 소독을 하고 며칠간 병원 문을 닫고 하더니만 이제는 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나는 집에 와서 손소독을 한다, 소금물로 가글을 한다,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운이 나쁘면 걸리는 것이고, 운이 더 나쁘면 입원하는 것이고, 운이 된통 나쁘면….

좌우간 요즘은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들 중 반은 코로나에 걸린 사람으로 보인다. 과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재택치료자가 2백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무섭다. 지난 2년여 동안 2백만 명이던 누적 확진자수가 지난 두 달 새 확진자가 8백만 명이나 늘어나 누적 확진자수가 1천만 명에 달한다.

왜 갑자기 방역당국은 풀어 놓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중국에서는 이런 우리 형편을 비꼬아 ‘한국제 옷을 만지면 코로나 걸린다’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나는 택배가 오면 문 밖에 사흘을 놓아두었다가 집안에 들여놓는다. 중국 사람들을 욕할 것이 아니다.

이미 외국 신문에 한국의 코로나 초토화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나는 어리둥절하다. 노인들이 입원해 있는 요양소 같은 데서는 집단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다. 코로나 사망자의 80퍼센트가 노인들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죽는 사람보다 코로나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일반 환자들도 많다. 병원들이 코로나 치료자로 넘쳐나고 보니 일반 응급환자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살 수 있었던 일반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사실상 의료붕괴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광주 전남 지역도 심한 편이다. 병실 수가 모자라는 상태라는데 걱정이 된다. 오미크론 변이는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코로나에 걸렸다 나은 경우에도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뇌가 수축되고 폐가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직도 코로나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다. 안 걸리는 것이 수다.

정권 교체기에 일어나고 있는 의료붕괴 사태는 나 같은 사람을 멘붕 상태로 빠뜨린다. 병원 응급실이 넘쳐나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다 병원치료도 못하고 사망한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정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의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다.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보라’고 할 정도였다. K-방역이라 스스로 자랑도 했다. 그랬던 나라의 코로나 방역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우리보다 일곱 배나 인구가 많은 미국은 하루 확진자수가 2만9천 명대다. 우리나라의 10분의1, 20분의 1 수준이다. 특정한 곳을 빼놓고는 일상생활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나는 병원에 갔다 오면서 자가 키트를 몇 개 사왔다. 새 대통령 인수위에서 코로나에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하니 기다리면 답이 나오려나 모르겠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