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관리 부실 '후유증' 예고
사전투표 관리 부실 '후유증' 예고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2.03.06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선관위원장 출근 않햇다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유권자들이 최고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거관리 부실 논란이 접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밤 중앙선관위 청사를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투표 이후 직접 나서 중앙선관위를 질타하는가 하면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당일 선관위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유경준·김웅·김은혜·이영 의원 등은 5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참관인들도 없이 확진·격리자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으로 운반되는 등 투표소 곳곳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 사례가 속출하자 야당 의원들이 실태 파악을 하기 위해 선관위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청사에는 노 위원장은 없고, 사무총장 등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선거관리의 총책임을 진 중앙선관위원장이 사전투표 당일 대혼란이 벌어졌는데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선관위는 ‘노 위원장은 비상근직이라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법적으로 비상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하루 20만~25만명 발생하는 가운데 전례 없는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당일 선거관리 총책임자가 비상근이라는 이유로 출근조차 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5일 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에도 부실 선거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못하다 다음날인 6일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선거 관리가 미흡했다. 송구하다”는 입장을 냈다. 입장문 명의는 ‘중앙선관위’였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참여한 확진·격리자 규모도 따로 집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5일 확진자 사전투표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첫째로 현장에서 가장 큰 반발을 부른 대목은 공직선거법 157조 4항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인의 후보자를 선택해 투표용지 해당란에 기표한 후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유권자 자신이 투표한 용지는 자신이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확진자 사전투표는 유권자가 본인이 직접 투표함에 넣는 대신 참관인 등 투표소 관계자에게 투표용지를 건넨 뒤 해당 인사가 대신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택했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도였으나 유권자 입장에선 본인 투표지가 투표함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게 반발을 일으킨 셈이다.

일각에선 투표지를 참관인에게 전달토록 한 선관위의 방침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란 주장도 나온다.

둘째오 일부 투표소에선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가 나왔다는 대목이다.
서울 은평구 선관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5일 오후 6시쯤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에서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가 진행되던 중 유권자 3명이 ‘이재명 후보’ 기표란에 이미 도장이 찍힌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받았다. 이를 받아든 유권자는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투표가 잠시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은평구 선관위 측은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넣는 게 아니라 참관인 등을 통해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이미 투표를 마친 다른 사람에게 받아든 봉투를 새로 투표해야 할 사람에게 배부해 생긴 혼선이라고 변명했다.

이밖에 서울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선 사전투표 종료 뒤 확인 결과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추가로 2장 더 확인됐다고 한다.

셋째로 공직선거법 151조 2항은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함에 따라 투표소 1개당 1개의 투표함만 두도록 하고 있다. 투표함이 여러 개의 경우 관리가 어려울뿐 아니라 누군가 결과를 왜곡시키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종이박스에 싸인펜으로 ‘확진자용’이라고 써놓고 박스 입구를 훤히 열어 놓거나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부 지역에선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기표용지를 담아 거둬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선 참관인 등이 확진자용 투표함을 지키고 있지 않아 온라인에선 “누군가 가져가도 모르겠다”거나 “바람에 날라갈 수도 있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초박빙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면 관리 부실 논란이 나온 확진·격리자 투표분이 향후 정치적 후폭풍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