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속 푸틴이 자초한 뜻밖의 '강적'은?
러시아 침공 속 푸틴이 자초한 뜻밖의 '강적'은?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2.03.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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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 스위스·스웨덴·핀란드 등 우크라 지원 동참
독일, 연방정부에 이어 기업까지 ‘러’ 압박 나서
​​​​​​​중립국 스위스, 푸틴 등 367명 전원 자산 동결

러시아의 침공 앞에 독일은 물론 중립국인 스위스·스웨덴·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반전시위와 경제제재는 물론 군사무기 지원에 동참하면서 러시아가 뜻밖의 강적을 만났다.

최전방 소식 알리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최전방 소식 알리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인스타그램

특히 중립국인 스위스와 스웨덴·핀란드까지 이례적으로 전쟁 불개입 전통을 깨고 러시아 제재 대열에 나서고 있다. 물론 벨라루스 등 친러 국가 등은 예외다.

최근 해외언론에 따르면 독일은 연방 정부에 이어 주요 기업까지 러시아 압박에 동참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트럭업체인 독일의 다임러트럭과 국영항공사인 루프트한자,관광기업 투이,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은 오랜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동결하거나 항로 취소, 패키지 상품 중단 등을 통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한 보상금 지급 등 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독일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분쟁지역에 무기수출을 금지한다’는 철칙을 깨고 우크라이나로 대규모 무기 지원을 결정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독일은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라는 굴레 때문에 무기의 해외 반출에 대한 조심스런 반응과는 달리 푸틴의 무력 침공에 얼마나 격노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러시아 폭격에 우크라이나 키예프가 불타고 있는 모습/트위터
러시아 폭격에 우크라이나 키예프가 불타고 있는 모습/트위터

이어 스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포함해 EU의 제재 명단에 오른 367명 전원의 자산을 즉시 동결키로 했다.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기업과 개인의 자산은 104억 스위스프랑(약 13조5306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엄격한 은행비밀법이 시행 중인 스위스는 러시아 정치인과 재벌의 가장 큰 현금 보관처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러시아 항공기에 대해 자국 영공을 폐쇄했다.

국제법상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는 유럽연합(EU)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도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부과한 제재만 이행할 의무가 있다.

그런 만큼 스위스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EU의 러시아 제재에 불참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전날 수도 베른에서 시민 2만 여명이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국내외 여론이 비등하자 EU와 뜻을 같이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오랜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을 고수해온 스웨덴과 핀란드도 군사무기 지원에 동참했다. 스웨덴은 지난달 27일 전투식량과 장갑차, 대전차 로켓 등을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핀란드도 돌격 소총 2500정, 총알 15만발, 대전차용 무기 1천00대 등을 보낼 예정이다.

이와함께 유럽은 ‘우크라이나 끌어안기’에도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EU 27개 회원국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대해 망명 신청 없이 최대 3년간 난민으로 수용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과거 유럽 국가들이 중동으로부터 온 난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울타리와 장벽을 설치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을 강경 거부했던 오스트리아의 카를 네하머 총리는 이번엔 “당연히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오랜 숙원인 EU 가입을 놓곤 ‘동유럽 우군’이 등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EU 가입 승인을 요청하자, 폴란드 등 동유럽 8개국은 즉시 지지 성명을 냈다.

이러한 결집력에는 “우크라이나 다음 차례는 나”라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키어 자일스 선임연구원 역시 “러시아의 목표는 100년 전 자국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발트 3국·폴란드·핀란드에게 (러시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가들은 “유럽의 안보 지형에 가장 큰 도전거리였던 유럽 내부의 분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녹아버렸다”며 “푸틴 대통령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던 뜻밖의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유엔 긴급 특별총회는 2일 러시아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찬성표 수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고립됐는지 볼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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