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법
늙지 않는 법
  • 문틈 시인
  • 승인 2022.02.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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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면 늙었다는 징조다. 시대는 미래로 내닫는데 지난 과거에 사로잡혀 있으면 시대에 뒤처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과거가 아름답고 좋았더라도 그것은 이미 한번 물레방아를 돌리고 흘러가버린 물이나 같다. 죽는 날까지 미래를 향해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은 미래로 간다. 내가 타고 있는 서울행 기차도 따지고 보면 미래로 간다. 때문에 과거는 참고 사항일 뿐 미래로 달려가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디지털 세상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미래로 돌진한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이런 현실이 불만스러울 법도 하다.

흘러간 과거가 그립기도 할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모든 여울물, 개울물, 강물들이 바다로 줄달음치는데 어느 한 실개천이 바다로 흘러가기를 망설이고 산골짝에서 졸졸 흘러내리던 때가 좋았다며 뒷걸음칠 수가 있겠는가.

과거엔 공장 굴뚝에서 부가 생산되었지만 이제는 그리고 미래에는 연기없는 굴뚝인 디지털 세상에서 부가 창출된다. 세계는 지금 누가 먼저 미래로 가서 깃발을 꽂는가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서부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AI(인공지능)을 필두로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 메타버스(가상세계), NFT(대체불가능한 토큰)라는 용어들이 암호처럼 넘쳐난다. 디지털 세상이 왔고, 오고 있으며, 올 것이라는 것을 이 단어들이 증언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다.

물론 이런 용어들이 난무하는 세상은 대부분 가상현실과 관련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세상은 현실과 가상현실, 즉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물리적 세상과 가상의 현실이 혼재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게 쓰긴 하지만 나도 속속들이는 잘 모른다. 그냥 귀동냥으로 그렇다는 것을 들은 것이 고작이다.

우리나라에 인공지능 인력이 1만 4천 명도 안된다고 한다. 그러니 귓등으로 얻어들은 소식 말고 뭐가 있겠는가. 벌써 전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모든 학생들은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국가경영의 우선 순위를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에 두겠다는 선언이었다. 세상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머리가 핑핑 돌 정도다.

승용차가 운전자가 없이도 도로를 달릴 날이 곧 온다니. 운전자가 없는 승용차는 빈 차로 심부름을 갔다 올 수도 있다. 세상이 미래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장면이다. 놀라운 일이다. 차가 알아서 주차장에서 나와 주인을 태우고 차가 알아서 회사에 데려다 주고 말하자면 지능을 갖춘 차가 척척 알아서 한다.

한해 수천 만대를 생산하는 거대 자동차 회사를 누르고 겨우 한해 1백만 대를 팔까 말까하는 테슬라 자동차회사의 주가가 기존 메이저 자동차 회사의 주가시총보다 더 많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앞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일들이 현실에서 이미 일부 실현되고 있다.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이 합쳐져 어디까지가 현실인지를 모를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여러 분야에서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50퍼센트 이상의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미래를 앞두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학은 이런 부문에 인력양성을 하고 있을까. 정부는 디지털 세상에 대비해 ‘10만 양병’을 계획하고 있을까. 저자에 살고 있는 그저 갑남을녀의 한 사람인 나 같은 사람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한때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각오가 잠시 인터넷 세상에서 빛을 보는 것 같더니 패러다임이 바뀌어 디지털 세상으로 가는 지금 지체되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

중국은 디지털 인력이 몇 백만을 헤아린다고 한다. 우리는 말 그대로 조족지혈이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대히트를 쳤다고 좋아라 한다. 기쁜 일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별 실속없는 속 빈 강정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가는 꼴이다.

이런 모든 안타까움, 불안, 염려는 무엇보다 정부의 미래 비전과 실행력이 모자란 데서 온다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이 ‘벤처산업’을 부르짖어 겨우 정보화 사회에서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갔었는데 그 뒤를 잇지 못하고 여기서 또 뒤처지고 말 것인가. 우리 뒤에 있던 중국이 우리를 저만치 앞질러 내달리고 있다.

5천만 국민 개개인에게 몇 푼씩 찔러주는 돈을 따로 모아서 미래 비전인 4차 산업혁명에 투자한다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 시국에 각 나라가 정신을 못차릴 때 이스라엘처럼 필기단마로 미래로 달려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나라를 경영하겠다며 표를 달라는 대선후보들은 이상하게도 미래 비전에 대해선 잘 말하지 않는다. 미래를 몰라도 너무 모른 까닭일지 모르겠다. 나라를 늙지 않게 하려면 한류가 세계를 석권하는 이때 미래로 가는 열차를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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