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뉴스만 쫓지말고 시민이슈도 만들라"
"선거뉴스만 쫓지말고 시민이슈도 만들라"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2.06.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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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도 독자비평-지면평가회의]

지난 20일 저녁 [시민의 소리] 편집실에 독자들이 모였다. 주부, 대학생, 문화행정인, 서점 대표, 일반 직장인 등이 [시민의 소리]를 보고 "똑바로 하시오" 꾸짖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한 것.전국이 월드컵으로 달아오르고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까지 마무리된 시점에서 이젠 좀 차분히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해 내부적 평가와 함께 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자리에선 한 신문의 모든 것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선거기간 보도를 중심으로 [시민의 소리]에 대한 '실제 평가'에 앞서 '인상평가'를 시도했다. 2시간이 넘는 동안 독자들은 선거보도 뿐 아니라 이슈제기 방법과 편집에 걸친 다양한 지적과 제안들을 내놓았다. [시민의 소리]는 이날의 모임을 바탕으로 정기 '독자 지면평가위원회' 구성 등 자기비판을 통한 발전 모색에 나설 계획이다. 독자참석자최용선(25. 전남대 경제학과 4년)양희연(32. 주부. 광주전남문화연대 편집장)김호균(40. 북구 문화의 집 관장)장갑수(45. 조선대. 산행기고가)김민해(46. 전남대후문 '좋은책방' 대표) ▲ 김민해ⓒ김태성
김민해: 아이들의 이름을 짓는데도 '그렇게 살라'는 의미를 담아 짓는다. [시민의 소리] 역시 그런 의미로 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선거기간에 보인 정치편향적 보도태도는 '다양화 시대'에 사는 '시민'의 소리를 제대로 담았는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시민후보'라는 용어를 썼는데 [시민의 소리]도 이를 여과 없이 그대로 쓴 것 같다. 언론은 정직해야 한다. 다른 언론들 보다 더 깊이 있게 봐야할 것이다.

김호균: 선거국면에서 [시민의 소리]가 기존언론과 다른 역할을 했다. 기존 언론이 침묵하거나 넘어가려했던 소재들에 대해 [시민의 소리]가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선거기간 취재원들을 만나면서 더 많은 취재꺼리들을 확보했을 텐데, 취재인력의 한계 때문인지 놓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선거기간 시민단체들이 광주일보와 손잡았는데, 시민저널리즘을 표방한 [시민의 소리]가 좋은 후보군을 발굴하고 검증하는 등 보다 긍정적이고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들을 놓친 것 같다.

최용선: '노동의 소리'라 하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 하지만 '시민'의 경우 정체성이 명확치 않다. 이번 선거에서도 '시민후보'라는 것은 이미지화 한 것을 강요한 게 아닌가. 또 [시민의 소리]가 선거기간 취했다고 하는 '시민 당파성'이라는 입장이 과연 실재하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선거기간 좋은 후보발굴, 검증 등 적극적 역할 기대 못미쳐
방만한 나열식 문제제기 보다 특화된 대안제시 노력절실


▲ 장갑수 ⓒ김태성 장갑수 : 선거국면에서 선거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이슈가 있고, 만들어 가는 이슈가 있을 텐데 비록 선거기간이라 할지라도 [시민의 소리]라면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이슈를 제기하고 이끌어 가는 보도태도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물론 평상시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이광재: 선거국면에 나타난 문제들은 결국 [시민의 소리]의 주제선정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김호균 : [시민의 소리]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선거국면이면 선거의 중심에 서야한다. 그것이 시민의 소리가 가질 지향점이다. 세상의 중심은 어디냐하는 가치를 선거로 봤을 때 핵심복판에서 시민들이 가져야 할 입장과 다른 신문영역에서 발굴하지 못한 부분들을 잘 캐서 우리 시민들에게 정보의 공급처로 여기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희연: 축구공 하나만들기 위해 인도의 어린아이들이 고생하는 것만 봐도 면 월드컵이 정의로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일이고 기쁜 일이긴 하지만 정말 돌봐야할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또한 예를 들어 '붉은 악마 옷장사 잘 된다더라'는 식의 기사는 [시민의 소리]의 보도태도가 아니다. ▲ 최용선 ⓒ김태성
최용선:
NGO, 우밝세, 미디어 등을 특화하면서 기존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루지 않던 것들을 꾸준히 이슈화하려 노력한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소재부터 기존 언론과 같은 것을 다루면서 시각만 달리하는 것은 이슈신문답지 않다. 소재나 주제를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존 언론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장갑수 : 요즘은 기획기사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전라도의 냄새가 풍기는 주제를 잡아서 일정 기간 기획연재보도를 한다든지... 지난해 '광주 다시읽기'처름 일정기간 꾸준히 기획연재 보도를 했는데 어느순간 없어졌다. 기획이 중요한 것은 그것에 고정 독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인들이 항상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는데 이런 것도 이슈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뉴스만 너무 뒤쫓아 다니는 것 같다.

소재나 주제 선정단계에서부터 이슈신문으로서 차별화 필요
장기밀착형 기획연재보도 약화, 주간지 특성 살려야


이광재: [시민의 소리]지면에 나타난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 양희연 ⓒ김태성 양희연: [시민의 소리]를 주변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열악한 언론조건에서 탄생한 진보적 대안언론이라고 말하곤 한다. 주요 언론사들이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해낼 수 있는 성역을 깨뜨리는 일은 [시민의 소리 ]의 기본이 되야 하지만 동시에 지역 안에서 다른 대안언론과 특화되는 뭔가가 필요할 것 같다. 최용선: 기자들이 너무 많은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 문제다. 너무 많은 현상들을 끌어오고 있다보니 특화하고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현재 시민의 소리는 시사주간지와 일간지의 단순보도가 뒤섞인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작년보다 지면 구성이 어려워졌다. 파격적 사진 편집도 시도해 볼만하다. 특히 1면의 경우 편집변화가 글자크기로만 강조되고 있어 이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내용으로 승부하려면 배치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장갑수: 대안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시민의 소리]가 성역 없는 비판을 해오면서 나름의 뿌리를 내려왔지만 '비판은 있되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선 평소 분야별 인물파일을 준비해 뒀다가 이슈가 제기되면 활용해야 한다. 이들이 [시민의 소리]가 항시 취재원으로 확보해야 할 사람들이다. 또한 인물파일은 기자들의 식견 꼭 그 수준으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기자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김민해: 그래서 기자의 철학이 중요한 것이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탕으로 자기 전문적 식견을 함께 갖추는 것은, 신문사 이전에 기자 개인에게도 좋은 것이다. ▲ 김호균 ⓒ김태성
정치의 경우 '시민후보'라 할지라도 그것은 정치인이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언론사인 [시민의 소리 ]가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에 대해 지적하는 것과 똑같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기자는 전체적 시각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김호균: 심층기사를 지향하다보니 기사의 호흡이 너무 길다. 방향은 맞는 것 같지만 형식만 길고 내용의 깊이를 채우지 못하면 지루할 뿐이다.

기자 개개인의 식견과 철학 갖추는 일이 우선
'독자지면평가위' 상설화 해 독자 비판 귀기울이길


이광재 : 지적된 문제들은 [시민의 소리] 기자들의 개개인의 노력이 전제되는 것 같다. 이밖에 덧붙일 것들이 있다면.

장갑수: [시민의소리]에 전라도적인 풋풋함과 함께 문화적인 것이 가미되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광고가 하단으로 내려가 좀더 신문다운 맛이 있는 것 같다.

김민해: 대안이란 말을 요즘 많이 쓴다. [시민의 소리]가 '대안'을 내세우며 특별하게 일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오래가고 진실이 담기며, 사람이 움직여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대안이 된다.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당장 실천 가능한 것은 기자들의 업무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김호균: 기자들 스스로 역량이 쌓여야 내공이 깊어지고 그 속에서 심도 있는 기사가 나오는데 앞에서 원론적 얘기들이 나왔다. 보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분기별로라도 이런 독자와 비평의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오늘은 '인상비평'이었다면 다음엔 '실제 비평'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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