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편파판정” 국민적 분노가 대선판 ‘中風’ 불렀다
베이징 “편파판정” 국민적 분노가 대선판 ‘中風’ 불렀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2.02.0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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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반중 정서’ 불지피며 SNS에 글 올려
여야 대선 후보, 선거막판 유·불리 따지며 예의주시
​​​​​​​외신, "中네티즌·BTS 아미 치고 받다" 보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 논란이 대선판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이 ‘중풍(中風)’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중 정서에 불을 지른 것은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편파·텃세판정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열린 쇼트트랙 경기 장면/인스타그램 

지난 4일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소수 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나와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를 놓고 ‘한복공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 대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별 다른 항의를 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7일 열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겨울올림픽에서 개막 초반부터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는 편파 판정 장면이 속출했다.
그 결과 예선과 준결승, 결승에 이르기까지 단 한 차례도 선두로 골인하지 못한 중국 선수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황대헌, 이준서 등 한국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황대헌은 비디오 판독 끝에 실격처리됐고, 상대적으로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했다.

말하자면 편파판정의 수혜자는 개최국 중국 선수들이었다. 이쯤 되면 한국, 헝가리 등 다른 나라 선수들은 ‘중국 우승’이란 예정된 결론을 위해 들러리를 선 것과 다를 바 없다.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관중은 패자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감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때 트위터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반중정서를 폭발했다.
‘페어플레이’ ‘편파판정’ ‘동네운동회’ 등이 올라왔고, 베이징 올림픽 로고를 패러디한 ‘눈뜨고 코 베이징’이라는 이미지가 퍼져나갔다. 또 “일본은 백 년의 적, 중국은 천 년의 적”이라는 등의 반중정서를 드러내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특히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 세대의 역린을 중국이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산 애플리케이션 불매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중국에서 제작된 소셜미디어앱 틱톡과 카메라앱 유라이크, 페이스유 등 애플리케이션 목록을 공유하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BTS RM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황대헌의 추월 장면을 게재했다/ SCMP 캡처 

중국의 편파판정은 급기야 방탄소년단(BTS) 팬덤 아미(ARMY)와 중국 네티즌간 전쟁으로 번진 양상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한국시간) “한국 쇼트트랙 실격을 둘러싸고 BTS RM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중국 온라인에서 분노을 일으키자 ‘BTS 아미’가 방어에 뛰어 들면서 싸우고 었다”고 보도했다.
RM은 자신의 팔로워가 2810만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에 황대헌의 추월 장면을 게재하며 박수와 엄지 이모티콘을 달았다. 특별한 글을 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부 중국 네티즌들도 중국 웨이보를 통해 ‘#BTSinsultingChina(#防弹少年团辱华)’, BTS가 중국을 모욕했다는 의미의 해시태그를 달며 분노했다.

그런데 문제는 선거에 앞서 열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정부·여당에 유리하지만 이번 반중 정서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도 그럴게 이번 대선판에서 케스팅보트 역할을 할 2030세대의 '공정'에 대척점을 이룬데다 올림픽 종료시점인 20일까지 대선후보들의 과거의 발언과 중국 관련 발언들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정부 차원의 항의 등 분명한 태도 역시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중 관계를 중요시해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편파 판정 논란에 즉각 반응했다.
앞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지난해 12월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은 “반중 포퓰리즘” “국경을 넘은 망언”이라고 맞받아 친 바 있다. 
따라서 ‘친중’ 딱지를 우려한 이재명 후보로서는 중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셈이다.

이 후보가 지난 7일 쇼트트랙 경기가 끝난 심야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편파 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8일엔 기자들과 만나 “올림픽이 중국 동네 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편파 판정 논란에 내부적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윤 후보도 “동북공정”까지 거론하며 중국 비판에 나섰다.
그는 8일 페이스북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란 노래와 뮤직비디오 영상을 함께 올렸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스포츠맨십’”이며,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반중정서를 선거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이 후보가 지난 2016년 중국 CCTV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것”이라고 한 발언 등을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뜨리고 있다. 후보나 당 차원이 아닌 지지자들을 통한 온라인 여론전에 나서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중정서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아귀다툼을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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