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58) - 백운대(白雲臺)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58) - 백운대(白雲臺)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1.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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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따라서 날고 다시 들지만은 않는구나 : 白雲臺 / 팔송 윤황

북한산의 최고봉이 백운대다. 북으로 인수봉 상장봉이 있고, 남으로 만경대와 노적봉 등이 펼쳐진다. 마치 우리 수도 서울을 감싸면서 한 눈 안에 응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침에 흐느적거리며 흰 오름이 유유하게 흐르더니 저녁에 서서히 모이는 양상이 마치 그 이름처럼 백운의 요람이 아니냐는 착각에 빠져 들 때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오직 거기엔 도인의 마음만이 있으리니, 구름을 따라서 날고 다시 들지만은 않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白雲臺(백운대) / 팔송 윤황

아침에는 하얀 구름 흐르는 것 보고서

저녁에는 흰 구름이 모이는 것 보는데

도인은 마음만 있어 구름 따라 흐르네.

朝看白雲流 暮看白雲集

조간백운류 모간백운집

惟有道人心 隨雲不出入

유유도인심 수운불출입

구름을 따라서 날고 다시 들지만은 않는구나(白雲臺)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팔송(八松) 윤황(尹煌:1571~1639)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아침엔 흰 구름이 유유히 흐르는 것을 보았더니 / 저녁에는 다시 흰 구름이 서서히 모이는 걸 본다네 / 오직 거기엔 도인의 마음만이 있으리니 / 구름을 따라서 날고 다시 들지만은 않는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백운대에서]로 번역된다. 백운대는 금강산의 마하연에도 있지만, 여기에선 북한산 836m인 백운대를 지칭한 것으로 정의한다. 요즈음 온난화기후로 변한 기후를 보지만 변화무쌍한 구름을 바라보면서 도인의 마음을 의탁한다. 고려 후기 대문호였던 이규보는 자유롭게 오가는 구름을 특히 좋아해서 자신의 호를 백운거사白雲居士라 했단다. 시인 역시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구름을 바라보면서 조석으로 변하는 구름과 더불어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아침에는 흰구름이 유유히 흐르는 것을 보았더니, 저녁에는 다시 흰구름이 서서히 모이는 걸 본다고 했다. 아침의 찬 기운을 타고 흩어졌던 구름이 저녁의 따스한 구름을 타고 서서히 모여드는 참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구름이 흩어졌다 모이는 모습의 한 장관을 염두했으리. 기온이나 기압 등 자연현상으로 그렇게 흩어졌다 모이는 현상이지만, 화자는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한다. 오직 거기엔 도인의 마음만이 있으리니, 구름을 따라서 날고 다시 들지만은 않는다는 다소 어정쩡한 질문과 대답을 유도해낸다. 도인이 도술을 부리게 되는 완만한 시상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아침엔 흰 구름 보고 저녁엔 다시 모이네, 거기엔 도인 마음 있어 구름을 따르지 않아’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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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팔송(八松) 윤황(尹煌:1571~1639)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때 사간으로서 극력 척화를 주장했다. 환도 후 부제학 전식의 탄핵을 받아 영동군에 유배되었다가 병으로 풀려나와 죽었다. 저서 <팔송봉사>가 있고, 추후에 영의정으로 추증되었다.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한자와 어구】

朝看: 아침에 보다. 아침에 바라보다. 白雲: 흰 구름. 流: (멀리) 흐르다. 暮看: 저녁에는 보다. 저녁에 바라보다. 集: 모이다. // 惟: 오직. 有: ~이 있다. 道人心: 도인의 마음. 도술을 부리는 사람. 隨雲: ~이 구름을 따르다. 不出入: 날고 들지 않는다. 나가고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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