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패로 망하다 (57) - 을미사변
조선, 부패로 망하다 (57) - 을미사변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2.01.0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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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8월 20일에 일어난 을미사변은 사건의 배후와 시해 과정 그리고 시해범 등의 논란이 끊임없는 사건이다.

경복궁 곤녕합
경복궁 곤녕합

을미사변은 은밀히 진행된데다가 사건 직후, 일본 측이 철저히 인멸·왜곡했기 때문이다.

‘고종실록’이 일제 강점기인 1935년에 간행되었다는 한계는 있지만, 을미사변의 진상을 ‘고종실록’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1895년 8월 20일의 ‘고종실록’이다.

“묘시(卯時 아침 5-7시)에 왕후가 곤녕합(坤寧閤)에서 붕서(崩逝)하였다. 【이보다 앞서 훈련대(訓鍊隊) 병졸(兵卒)과 순검(巡檢)이 서로 충돌하여 양편에 다 사상자가 있었다. 19일 군부 대신 안경수가 훈련대를 해산하자는 의사를 밀지(密旨)로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에게 가서 알렸으며, 훈련대 2대대장 우범선도 같은 날 일본 공사를 가서 만나보고 알렸다.

이날 날이 샐 무렵에 전(前) 협판(協辦) 이주회가 일본사람 오카모토 류노스케와 함께 공덕리(孔德里)에 가서 대원군을 호위해가지고 대궐로 들어오는데 훈련대 병사들이 대궐문으로 마구 달려들고 일본 병사도 따라 들어와 갑자기 변이 터졌다.

시위대 연대장 홍계훈은 광화문 밖에서 살해당하고 궁내 대신 이경직은 전각(殿閣) 뜰에서 해를 당했다. 난동은 점점 더 심상치 않게 되어 드디어 왕후가 거처하던 곳을 잃게 되었는데, 이날 이때 피살된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기 때문에 즉시 반포하지 못하였다.】”

민왕후가 시해당한 후 2개월 정도 지난 10월 15일에 고종은 왕후의 승하를 공식화했다.

그러면 을미사변의 진상을 자세히 살펴보자.

8월 19일 오전 7시 군부대신 안경수가 일본인 장교가 훈련 시키고 있는 훈련대 970명을 해산한다는 밀지(密旨)를 일본공사 미우라에게 미리 알렸다. 훈련대 2대대장 우범선도 같은 날 일본 공사를 만나 분노를 터뜨렸다. 미우라는 우범선에게 다음날 훈련대와 함께 항의하도록 권유했다.

8월 19일 밤 궁궐에서는 사면된 민씨 척족 실세 민영준(나중에 민영휘로 개명)이 궁내부 대신에 내정된 것을 축하하는 연회가 밤늦도록 열렸다. 왕후는 고종과 함께 달 놀이까지 즐겼다.

8월 20일에 일본은 작전명 ‘여우 사냥’을 감행했다. 새벽 1시경 궁내부 고문관 오카모토 류노스케 등 30명은 서울 공덕리에 가서 3시경에야 대원군을 강제로 가마에 태워 경복궁으로 출발했다. 대원군 일행은 4시 반 경에 서대문에 이르렀고, 5시 반에 광화문에 도착했다.

이때 훈련대 연대장 홍계훈이 살해당했다. 광화문 쪽에서 총성이 울리자 각각 100여 명의 일본군이 추성문, 춘생문을 통과해 궁궐을 공격했다. 이에 궁궐시위대 미국인 교관 다이의 지휘하에 300~400명의 시위대가 저항했으나 곧 무너졌다. 미국인 교관 다이와 러시아인 사바틴은 서양인 숙소로 몸을 숨겼고, 궁궐시위대는 도망쳤다.

이후 일본군 수비대 600여명이 사방의 출입구를 봉쇄했다. 일본 낭인 수십 명과 군인들은 곧바로 건청궁으로 돌진해 왕과 세자의 측근을 붙잡았고, 일부는 왕후의 침실인 곤녕합으로 향했다. 이때 궁내부 대신 이경직이 왕후를 두 팔을 벌려 가로막았는데 이것이 왕후를 알아보게 하는 단서가 됐다.

왕후는 뜰 아래로 뛰어내렸지만 붙잡혀 쓰러졌다. 낭인은 왕비의 가슴을 내리 짓밟으며 여러 번 칼로 찔렀다. 낭인들은 왕후와 용모가 비슷한 몇몇 궁녀들까지 살해하였는데, 그때 의녀가 앞으로 나와 손수건으로 왕후의 얼굴을 덮어줬다. 이내 왕후와 궁녀 몇 명의 시신은 녹원에서 불태워졌다. 시간은 오전 6시경이었다.

그런데 민왕후의 ‘능욕설’이 논란이다. 내각 고문관으로 근무한 이시즈카 에조가 일본 법제국장에게 8월 21일에 보낸 보고서 때문이다. 여기에는 “칼로 찔러 상처를 입히고 나체로 만들어 국부검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기름을 부어 태워 버리는 등…”이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시즈카는 을미사변의 가담자가 아니었고,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기록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연, 위 책, p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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