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견뎌낸 10가지 습관
2021년을 견뎌낸 10가지 습관
  • 문틈시인
  • 승인 2021.12.2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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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해 나는 생활습관들을 바꾸었다. 코로나 영향이 지대하다.

첫째, 외출할 때는 마스크, 거리두기, 손씻기를 엄히 지키기. 그러나 이 세 가지만으로는 코로나 방역에 안심이 안된다. 백신을 두 번 맞고 한 번 더 맞은 사람들에게도 오미크론 변이는 감염된다. 오미크론 변이 다음에 닥쳐올 변이 이름들도 미리 지어 놓았단다.

파이(Π), 로(Ρ), 시그마(Σ), 오메가(Ω).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네 번째 백신을 맞히고 있다. 외출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다니고, 이발은 집에서 스스로 하고, 병원 문을 열 때는 어깨로 민다. 타인이 손을 댄 물건은 만지지 않는다. 마스크를 한 사람일지라도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애쓴다.

둘째, 책 읽기. 직장에 다닐 때는 겨우 휴일에나 잠시 책을 펴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회활동을 중단한 상태라서 시간이 남아돈다. 책 속으로 들어가서 노닌다. 독서는 코로나 시국에 내게 기쁨을 주는 유일한 소일거리다.

셋째, 밥, 빨래, 청소, 설거지, 세탁하기. 혼자 사느냐고? 맞다. 코로나가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 환경에서 나같은 사람은 감염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방을 얻어 따로 나와 혼자 지내는 이유다. 사실 어릴 적 내 꿈은 일평생 혼자 사는 것이었다. 소원 풀이를 하는 셈이다. 아내는 교회, 마트에 안 갈 수가 없으니 자칫 코로나에 감염되면 모르는 중에 내게 옮길 수도 있다. 이렇게 살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불편함을 못느낀다.

넷째, 글쓰기. 글은 문장 속에서 주어와 동사, 수식어가 적절한 자리에 가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하게는 무슨 말을 하는지 맥락이 서야 한다. 글을 쓸 때면 자연 뇌를 활성화시켜 깊은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뇌의 건강을 지켜 준다. 글을 쓰는 일은 내 영혼에 말을 거는 작업이다.

다섯째, 이틀에 한번 목욕하기. 혼자 사는 남자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행복감이 차오른다. 욕조에 들어가기 전, 나온 후, 옷을 벗고 새옷을 입고 하는 절차가 좀 귀찮아서 그렇지 목욕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한참 몸을 담그고 있으면 온몸의 세포에서 땀방울이 흘러나온다. 노폐물이 싹 빠져나간 느낌이다. 기분이 개운하다.

여섯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4시에 일어난다. 내가 취침 시간에 혁명을 일으킨 것은 새들을 본받아서다. 새들은 저녁이 되면 둥지로 돌아오고 일찍 깨어난다. 산문의 스님들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저녁식사는 오후 네 시 반에 한다. 내게는 새로운 발명이다. 마치 자가 수행을 하는 수도자처럼. 코로나 시국에 갇혀 지내면서도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일곱째, 하루 한 번은 전화를 건다. 어머니에게 드리는 안부 전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다. 어머니께 하는 전화는 내 영혼이 힐링되는 시간이다. “어디 아픈 데 없으세요?”하면 어머니는 그 물음엔 대답하지 않으시고 “반찬은 먹것드냐?”한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자는 복받은 사람이다.

여덟째, 복동이 돌보기. 열두 살된 복동이는 먹고 싸고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드는 것이 생활의 전부이지만 나는 패드를 깔아줘야 하고, 먹이를 줘야 하고, 물그릇을 채워 놓아야 한다. 서로 말이 없는 사이지만 교감은 충분히 이루어진다. 말 못하는 생명체와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낀다. 복동이는 친구 같다.

아홉째, 일기 쓰기. 일기를 쓰면서 드는 생각은 세월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이틀, 사흘치 일기를 빼먹고 지날 때도 있다. 일기를 쓰는 동안 내 인생에서 하루의 가치를 셈해보곤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에 항상 감사할 것을 새긴다.

열째, 게으름 피우기. 혼자 지내다 보니 게으름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정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시간을 보내는 생활도 썩 괜찮다. 인간은 게으르려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닐까. 게으름을 찬양하고 싶을 때가 있다. 게으름을 타박만 할 것은 아니다.

2022년 새해에도 이런 습관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삶의 변화를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세상을 코로나라는 마왕이 지배하면 서 비대면 사회, 대인 접촉을 기피하는 기이한 사회 풍습을 만들었는데, 나의 몇몇 습관들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극단적인 경우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나는 코로나에 공포와 두려움으로 얼음 상태나 마찬가지다. 동생은 나에게 병적이라고 하지만 살아있음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한 나만의 최선의 삶의 방식이다. 오늘 하루도 수행자처럼 이 10가지 습관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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