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묘서동처’(猫鼠同處)
올해의 사자성어,‘묘서동처’(猫鼠同處)
  • 이배순 기자
  • 승인 2021.12.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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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선정...“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의미다.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묘서동처’(猫鼠同處)/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총장 휘호

통념상 쥐는 곡식을 훔쳐먹는 ‘도둑’에 비유되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동물로 여겨진다. 때문에 쥐와 고양이가 함께 있다는 것은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거리(한통속)가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의미의 사자성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힌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사건 등 정치‧사회적 사건들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29.2%(514표)가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조사는 6개의 사자성어 중 2개씩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서 처음 등장한 ‘묘서동처’는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고양이가 쥐를 해치지 않는 모습을 한 지방 군인은 보게 된다. 군인의 상관이 그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고,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다. 이 모습을 본 단 한명의 관리만이 “이것들이 실성했다”며 한탄했다.

한 교수는 묘서동처를 뽑은 이유로 “국가나 공공의 법과 재산, 이익을 챙기고 관리해야 할 처지에 있는 기관이나 사람들이 불법과 배임, 반칙을 태연히 저지른다. 감시자, 관리자 노릇을 해야 할 사람이나 기관이 호시탐탐 불법, 배임, 반칙을 일삼는 세력과 한통속이 돼 사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일들이 속출한 양태”라며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이 묘서동처 격이라면, 한 마디로 막나가는 이판사판의 나라”라며 “기본적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케이크를 취해선 안 된다. 케이크도 자르고 취하기도 하는 꼴, 묘서동처의 현실을 올 한해 사회 곳곳 여러 사태에서 목도했다”고 했다.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은 사자성어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人困馬乏)이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피난길에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고 한 데서 따온 사자성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 “코로나로 힘든 시국에 정치판도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4위는 ‘이전투구’(泥田鬪狗),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뽑혔다. ‘이전투구’는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각주구검’은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의미다.
그 뒤로는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의 ‘백척간두’(百尺竿頭)와 ‘아이가 물에 빠지려 한다’는 뜻의 ‘유자입정’(孺子入井)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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