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일상·물류·교통·건설·농촌 곳곳 '숨통'죈다
요소수 대란, 일상·물류·교통·건설·농촌 곳곳 '숨통'죈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11.11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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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넘어 국가 경제·산업 "이대로면 올스톱"
금호고속·기아오토랜드·중장비 현장 재고 곧 바닥
디젤차 장거리 렌트 주저...농민, 비료 확보 어려워 ‘발동동’
정부의 발빠른 대책마련 시급 '촉구'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로 지역을 넘어 국가산업 곳곳에 적지 않은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광주·전남 넘어 전국을 오가는 교통중심지 광주 광천버스터미널 전경

요소수 파동은 일상 또는 산업·건설·농촌 현장 등으로 파고들면서 자칫 최악의 사태로 치닫을 경우 시민 불안감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의 발빠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직업상 장거리 출장이 많은 박모 씨(35·광주시 남구)는 최근 자신의 디젤 SUV 대신, LPG를 쓰는 렌터카를 빌려 운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요소수를 구해 넣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거리 출장을 자신의 차량으로 가는 게 장기적으로 불안해서다.

광주지역 렌터카 업체에는 박씨 같은 영업직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요소수가 필요없는 휘발유와 LPG차량 대여 가능 여부 및 비용을 묻는 문의가 하루 10건 이상 걸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요소 수입현황

화물차 운전자들은 요소수를 확보한 주유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무거운 짐을 실은 화물차의 경우 서울 왕복 700㎞ 기준 10ℓ가 필요한데, 가격도 많게는 10배까지 오르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이 버거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차주들도 전국 화물차량 40만 대 중 60%가량 해당하는 24만여 대가 요소수를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하는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 EURO5·6에 해당한다며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에 걸쳐 승객을 실어 나르는 금호고속의 경우 요소수 재고물량이 연말께면 모두 바닥날 상황에 처해 긴급 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버스 1천여대가 동시에 멈춰 설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수출용 자동차를 목포항으로 실어 나르는 5t 탁송 화물차량 100여대 중 SCR 저감장치가 장착된 차량의 경우 요소수 수급이 정상화 되지 않으면 운행 중단 사태를 맞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는 주유소 

건설 현장과 발전 공기업도 언제 멈출지 모르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최근 한국전력 산하 한 발전 공기업은 요소수 납품 업체에서 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가격이 급등해 도저히 납품 단가를 맞출 수 없게 되자, 계약 해지를 요청한 것이다.
석탄·LNG(액화천연가스)·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일부 화력발전에는 오염 물질 저감을 위해 요소수를 사용한다.
현재 전체 화력발전기 185기(발전 공기업 기준) 가운데 15% 안팎에서 요소수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발전소들은 요소수를 공급받지 못하면 가동을 멈춰야 하지만, 요소수 재고량은 한 달 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화력발전소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요소수 부족으로 발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요소수 물량 자체가 없으니, 납품가를 올려주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겨울철 난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화력발전의 10~15%가 멈춰 서면 전력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전력 수요가 피크(최고점)에 이르는 여름이나 겨울엔 전력 공급이 쉬운 화력발전 가동률이 높아진다. 지난 7월 화력발전 가동률은 90%를 웃돌았다.

농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겨울배추와 겨울무 생장에 필요한 비료 확보가 여의치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농사용 무기질비료의 핵심 구성 성분인 요소 품귀로 무기질비료 가격은 14.8%나 뛰었다.
이마저도 농협 창고와 일반 비료 상회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상태다. 당장,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부 농민들 사이에서는 사재기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요소수 부족에 대형 트랙터 운행이 멈춰서면서 이맘때면 재배 및 수확을 마친 작물의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물들을 흰색 비닐(곤포)로 감아 포장하는 ‘곤포 사일리지’ 작업도 대부분 중단됐다.
진보당 전남도당 농민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요소수 대란에 따른 농업피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수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요소수

이처럼 일상 산업 경제 곳곳에서 우려가 커지는 데는 요소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 등지로부터 수입물량이 제때 들어오지 않거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생산기반이 마련되지 않을 거라는 실망감에서다. 

한국노총 소속 건설노조 관계자는 "덤프트럭, 카고크레인 등 건설 중장비에 요소수를 보충해야 한다. 요소수 주입 주기가 다가오는 기사들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근심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건설기계 노조 측도 "외진 건설 토목 현장으로 가면 요소수 판매처가 1~2곳 있는 수준"이라며 "10ℓ당 6천원이던 요소수가 싸게 사봐야 3만원, 최대 6만원까지 호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베트남에서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200t을 도입하는 등 1만t의 물량을 수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또 이번주 중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 7000ℓ를 들여올 계획이다.
현재 중국이 한국 측과 가계약했지만 통관 절차를 밟지 않는 요소는 약 1만8000t으로 우리나라가 약 8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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