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45) - 경신음(敬身吟)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45) - 경신음(敬身吟)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10.1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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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자신 이 몸을 더 이상 욕되게 한다면 : 敬身吟 / 정부인 안동 장씨

후실이나 기녀들 보다는 안방마님이나 정부인은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라고 가르쳤다. 후예들에게 귀감이 되는 언행을 보였다. 시인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흔히 보이는 몸을 삼가고 조심하라는 뜻을 담아 이른바 경구警句의 의미를 담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몸을 삼가지 않으면 어버이를 욕되게 함이라고 가르쳤다. 이 내 몸은 부모님께서 내려주신 몸인데, 어찌 감히 이 몸을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敬身吟(경신음) / 정부인 안동 장씨

이 내 몸은 부모께서 내어주신 몸인데

어찌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이 몸을 욕되게 하면 어버이 몸 욕되게.

身是父母身 敢不敬此身

신시부모신 감불경차신

此身如可辱 乃是辱親身

차신여가욕 내시욕친신

만약 내 자신 이 몸을 더 이상 욕되게 한다면(敬身吟)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정부인(貞夫人) 안동 장씨(安東張氏:1598~1680)인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이 내 몸은 부모님께서 내려주신 몸인데 / 어찌 감히 이 몸을 공경하지 않을 수 있으리 // 만약 내 자신 이 몸을 욕되게 한다면 / 그것은 바로 어버이 몸을 욕되게 함이니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이 몸을 공경해야지]로 번역된다. 여자의 정숙함은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하여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것을 조선 정부인이나 귀부인의 생활 태도로 여기었다. 마음의 정숙함은 타인 공경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이어서 몸을 욕되지 않게 함으로 근신을 그 다음으로 생각했다. 사람이란 이런 정신을 제일로 여겨야 한다는 시상이 선현들의 생활상이었다. 시인은 근신과 공경을 마음의 수양으로 삼으면서 귀감이 되도록 했던 선례를 [경신敬身 사상]에서 찾는다. 이 내 몸은 부모님께서 주신 귀한 몸인데, 내 어찌 감히 이 몸을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깊은 사고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속 깊은 수양정신이다. 이를 부모님에게서 내려준 큰 은덕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이 몸을 공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화자는 다음으로 이 몸이 욕되지 않아야 된다는 [근신謹愼사상]을 생각했다. 내가 몸을 욕되게 하면, 바로 어버이 몸을 욕되게 함이라고 했다. 책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조상을 욕되게 함이요, 몸을 천하기 여기는 것은 부모를 욕되게 한다는 교훈을 새겨서들을 일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부모님이 주신 몸을 어찌 공경치 않으리, 이 몸을 욕되게 하면 어버이 몸 욕된 것을’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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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정부인(貞夫人) 안동 장씨(安東張氏:1598~1680)로 조선 후기의 여류시인이다. 영남 사림의 도통을 이은 정흥효의 딸, 이시명의 부인, 정현일의 어머니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시문과 서화에 능하였고, 수리학에도 통달하였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시문과 서화에 능하였다.

【한자와 어구】

身是: 이 몸. 평측 관계 때문에 도치된 문장구조임. 父母: 보모님. 身: 몸. 敢: 감히. 不敬: 공경치 않다. 此身: 이 몸. // 如: ~같다. 可辱: 욕되게 하다. 욕되게 한다면. 乃: 이에. 바로. 是: 이것은. 그것은. 辱: 욕되게 하다. 이 글자 자체엔 피동의 뜻이 들어있음. 親身: 어버이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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