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 경선을 지켜보면서
여야 대선 후보 경선을 지켜보면서
  • 윤용기 전남본부장
  • 승인 2021.10.06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용기 전남본부장.
윤용기 전남본부장.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작된 여야 양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가관이다. 후보자 자격을 논하는 시비부터 수준 이하다. 단언컨대 이번처럼 여야 양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지저분하고 저열했던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일부 후보들의 수준도 그렇고 가족사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이미 언론에 수없이 보도되어 굳이 사례를 더 이상 열거하지 않아도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 같아 생략한다. 양당의 경선 분위기가 저열해진 이유는 경쟁의 과열에 있다. 후보 경쟁이 과열을 부른 이유로 비교적 승리 전망이 높은 당에서 경선만 통과하면 본선은 누가 나가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선 것 같다.

여야의 주요 후보들은 모두, 마치 경선만 통과하면 본선은 쉽게 이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여야 각 후보 자신들이 공천만 받는다면 이길 수 있다는 주관적 믿음을 맹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승자는 한 명이다.

여야가 함께 승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후보의 선택 기준은 본선 경쟁력에 있는 것이다. 지금 경선에서 벌어지는 과열 양상은 여야 간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후보로 결정될 것 같다는 전망에 이견이 별로 없다.

대장동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악재가 될 거란 분석이 많았다.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고 대장동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낙연 후보도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반전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별 소득 없었다.

여론의 흐름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탄 형국으로 반전했다. 지난 주말 경선 이후 표 차이가 약 20만 표 이상 벌어지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지사가 사실상 확정되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이 전 대표는 결선 투표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모습이지만 이낙연 후보가 추월하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국민의힘은 엇갈린다. 추석 연휴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세를 유지하면 경선판을 이끌었다. TV토론이 시작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홍준표 의원이 부각된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충격적인 반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빈약한 출마선언, 비전부재, 잦은 실언, TV토론이 시작되면서 지지율이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때 15%포인트까지 차이를 보이던 이재명 후보에게 따라잡히면서 홍준표 의원의 반전이 시작됐다.

홍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참패로 인해 당내지지 세력은 취약하지만 풍부한 정치 경험을 통한 정책 능력과 강한 전투력이 강점이다. 또한, 최근 입당한 30만 당원과 젊은 유권자들의 우호적인 태도도 큰 자산이다.

국민의힘의 두 후보는 모두 본선에서 승리를 확신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매우 높다는 여론조사결과를 제시한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유지를 바라는 여론은 40% 전후인 데 반해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55% 전후를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철석같이 믿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지금 누가 나가도 이긴다는 자신감도 한몫거든 모양새다.

양대 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겼다’는 응답은 7%에 불과한 여론조사 결과를 망각한 모습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은 높지만, 여전히 다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높다는 현실를 외면한 오만한 자세로 보인다.

현재의 여론은 국민의힘 2차 컷오프 4자리에 윤석열 전 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확정적이지만 나머지 한자리는 미지수다. 하지만 누가 4강에 올라오느냐에 따라 그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윤석열-홍준표의 대결이 팽팽해지면 3등, 4등 주자의 성적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3위로 예측되는 유승민 전 의원과 4위에 누가 입성하느냐가 주목받는 관전 포인트다.

국민의힘 경선의 또 다른 변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선 개입을 위한 메시지가 나온다면 그 의도를 떠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의 대선후보가 ‘윤석열이냐, 홍준표냐’는 결정은 국민뿐만 아니라 먼저 후보를 결정하고 기다려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초미의 관심거리로 등장한 셈이다. 야당인 국민의당의 대선후보 결정이 흥미를 유발하는 관전 포인트를 제공해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