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여의주 물 ‘용’이 되고 싶다. 그러나 아쉽다
이낙연, 여의주 물 ‘용’이 되고 싶다. 그러나 아쉽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9.09 17: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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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경선 투표에서 이재명에게 참패
덕·정체성 없고 해묵은 선거구도에 편승
​​​​​​​MZ세대나 청년 위한 공약,文과 차별화해야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실망감이 앞선다. 여의주를 무는 전설 속의 ‘용’이 될 줄로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대구·경북(11일), 강원(12일) 등 민주당 선거인단 경선 레이스를 앞두고 첫 걸음을 땐 충청권에서의 투표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이 호남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선다.
왜 그럴까.

여기서 말하는 ‘여의주’는 민심이 아닐런가 싶다. 이낙연이 충청권 경선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참패를 당했다. 지지율이 과반수에도 못 미쳤다.
이낙연으로서는 이 지사의 대세론을 막판에 뒤집기가 쉽지 않을 성 싶다.
이 지사 자신 마저 표를 이렇게 얻을 줄 몰랐을 정도로 놀랐다는 말 속에는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가 엿보인다.
당심도. 문빠의 지지도, 그리고 민심도 자신에게 다가서고 있다는 데서다. 이러한 쏠림현상은 앞으로 있을 합동연설회 등 민주당 경선 가도에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40%의 지지율로 한창 잘나가던 이낙연이 경선을 앞두고 왜 인기가 곤두박질 칠까.
그 이유를 묻고 답하고 싶다. 그리고 방법을 얘기해 주고 싶다.
이낙연이 8일 충청권 경선 후 광주에 왔고, 호남민심을 잡기 위해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자신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선거인단을 향해 결기에 찬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일은 때가 있고 결국 사람이 한다.
이낙연은 자신의 입장에서 볼때 굵직하고 듬직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할 줄 모르겠으나 광주·전남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뉘앙스는 이와는 반대다.
왜 하필이면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의원직 사퇴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이 또한 지역구도에 편승한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뜻이다.

이러한 반문 속에는 이낙연이 언제부터 광주 아니 전남이라는 텃밭에 자양분을 주었는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이 스며있다.
여러 민주당 대선주자 또한 마찬가지지만 이낙연도 텃밭이니까 상추나 덜렁 심어주면 되지 않나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상추는 물만 주면 잘 자라난다는 점에서다.
굳이 수목원 같은 굵직굵직한 대선공약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광주·전남 사람들은 텃밭에 만족하면서, 그것도 대선주자 곁으로 알아서 줄을 서는데 일부러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을 선보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으리라.
좀더 리얼하게 설명하자면 광주·전남은 먹고 살 것이 별로 없고, 일자리가 마땅치 않기에 선거철만 되면 정치판에 뛰어들어 잘되면 한자리를 얻겠다는 정치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낙연은 여의주를 물고 싶었는데 왜 민심과 멀어졌을까.
다름 아니다. 몇가지 측면에서 들여다 본다.

첫째로 이낙연은 일단 덕이 없다. 그렇다 보니 조직에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자신은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 출신이기 때문에 해당 대학 사람들로 캠프를 차렸을지 모르지만 세상일과 사람 맘이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말하자면 덕이 없다보니 사람이 몰려들지 않고, 그러다 보니 장수 다운 장수가 곁에 없을 정도로 조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 강단과 깡을 동반한 정체성과 일관성이 없었다.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에 걸려들어 죽음을 택하거나 사퇴를 했을 때 사고지역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었다.
그랬다가 이낙연이 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된 후 이를 뒤엎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투표로써 후보자를 내기로 당론을 바꿨다.
그 결과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참패하고 서울과 부산 모두 패배를 안았다.

또한 올해 초 사면론으로 애드벌룬을 띄웠다가 문빠들과 광주시민사회단체들이 무슨 소리냐고 들고 일어나니까 꼬리를 슬그머니 내리고 말았다.
이후 그는 문빠들을 염두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퇴임 이후에라도 함께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경선 첫 투표결과 아쉽게도 문빠들은 이낙연 대신 이 지사에게로 옮겨 탔다.

셋째로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이나 경기관광공사 대표로 임명한 황교익과 설전에서 지역구도를 들고 나왔다. 대선 주자로 나선 이낙연이 황교익과 말싸움을 하는 것 자체가 격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휘말렸으니 말이다. 과거의 해묵은 지역구도를, 아니 시대에 뒤떨어진 선거구도를 들고 나선 이낙연을 보면서 그 캠프조직에 그리도 사람이 없냐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낙연에게 이 지사를 막판 되받아칠 운명의 카드가 없다는 말인가.
물론 있다.
그 첫째가 MZ세대나 청년, 그리고 호남사람들에게 먹힐 대선 공약을 내놓는 것이다.
광주를 방문해서 꺼낸 공약이 고작 AI인공지능이나 전남의 경우 에너지 도시 같은 피부에 와닿지 않은 공약을 꺼내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19세에서 40세까지 MZ 세대들은 “문재인이 무능하다 보니 당연히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함에도 이들에 대한 공약을 맘껏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둘째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다. 문재인을 멀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문재인과는 다른 국정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비쳤어야 했다.
적어도 차기에 이런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자신의 국정 철학이나 소신을 두려움 없이 꺼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낙연이 간과한 게 있다면 MZ세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무능하니까 정권을 연장해서는 안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런 청년세대들의 절박함 속에 그들을 어루만지기 보다는 이낙연은 의원직 사퇴라는 생뚱맞은 초강수를 두고 있으니 여의주를 물고싶은 용이 되기란 그리 쉽지 않을성 싶다.
용은 아니더라도 이무기는 돼야 할텐데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옛날 시골집을 지키는 ‘업’으로 불리는 이른바, ‘능구렁이’ 밖에 될 수 없는 처지에 있으니 아쉽기만 하다.

어차피 호남출신은 노빠의 성골도, 진골도 아닌 육두품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것 같다. 이낙연이 이번 대선 경선에서 민주당 대권후보로 선출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0년은 호남 대통령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지인의 말이 새록새록 젖어온다.
유권자 혁명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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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달용 2021-09-10 07:32:52
    이낙연이는 지안방이라고볼수있는 광주에서도 그흔한 지지카톡방 하나가없어요?
    그만큼 나눔이나 휴머니티가 없다는거지요?
    지지해줄법한인사도 이재명쪽으로 몰려있는것을보면서 평소잘해야지 하는생각입니다.

    류달용 2021-09-10 07:35:12
    이낙연/정세균은 문재인을 밟고 올라타야합니다.
    역대대선후보들이 다그랬습니다.
    신선하게보여야허고 현직대통보다 차별화가 나타나야합니다.
    두선수들은 대깨문을 무서워하고 문재인심기를 안건드리려는 여색이 역력해요?
    이낙연은 완전내시이고 정세균은 정책에서 대립의각을 세울듯하다가 주저앉아버리더군요?
    언론중재법도 문산당국회안에 조금이라도 자기목소리를냈으면 점수얻었을겁니다.
    결국은 청와대가 시중여론을 반영하는모습으로 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