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38) - 추야감회(秋夜感懷)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38) - 추야감회(秋夜感懷)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08.3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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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가을 바람 높은 가지 스치고 지나네[1] : 秋夜感懷 / 도은 이숭인

가을이 돌아오면 만감이 교차된다. 자연이 주는 감회는 남다르다. 천지와 은하계가 주는 감회는 해마다 변해가는 자신과 비교도 해본다. 자연을 그대로 있는데, 사람은 자주 변해간다고 했을 수 있다. 땅을 보았더니 언제 내렸는지 이슬과 서리가 제 시절을 만나는 양 얽히고설켜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밝은 은하수는 중천에 걸쳐 있고, 별과 달은 더욱 선명한 빛 고요하게 흐르는데 많은 이슬이 푸른 풀에 어리어 빛났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秋夜感懷(추야감회)[1] / 도은 이숭인

밝고 맑은 은하수는 중천에 걸쳐있고

별과 달은 선명하게 빛처럼 흐르는데

풀잎에 어려 빛나고 높은 가지 스치네.

明河橫中天 星月流鮮輝

명하횡중천 성월류선휘

漙露泫碧草 涼颸動高枝

단로현벽초 량시동고지

서늘한 가을바람 높은 가지 스치고 지나네(秋夜感懷)로 제목을 붙여본 율(律)의 첫구인 오언 고풍이다. 작자는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1347~1392)으로 고려 삼은의 한 사람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밝은 은하수는 중천에 걸쳐 있고 / 별과 달은 선명한 빛 고요하게 흐르네 // 많은 이슬이 푸른 풀에 어리어 빛나고 / 서늘한 가을 바람 높은 가지 스치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깊어가는 가을밤의 감회(1)]로 번역된다. 가을이 되면 또 한 해를 무심하게 보내는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깊은 감회에 젖을 때가 있다. 가을의 감회는 자연현상을 감상하고, 가을에 심사에 얽힌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가을의 감회는 늘 그랬다. 시인은 가을의 맑은 하늘과 별과 달의 장관을 보면서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밝은 은하수는 남북을 가리키며 중천에 걸쳐있다는 시상을 일으키더니만, 다시 별과 달은 선명한 빛처럼 흐른다는 선경先景의 감상적인 배경을 바탕에 깔고 있다. 화자는 하늘로 빗대던 태도를 한껏 벗어나 풀과 서늘한 바람에 자기 몸과 정신을 맡기는 의타심을 갖는다. 이슬이 푸른 풀에 살포시 내려 어리어 빛나고, 서늘한 바람은 높은 가지를 살며시 스친다고 했다. 가을 하늘의 교태로운 형상과 가을의 서늘한 바람을 맞고 이슬이 내린 장관(?)을 시상으로 떠올리고 있다.

이어지는 둘째 구는 [추녀와 섬돌은 자못 상쾌하고 / 오래 앉으니 마음이 절로 기쁘다 // 굽어보고 올려 봐도 끝없이 넓어 / 만고의 고통도 한 때와 같은 것이로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은하수는 중천 걸쳐 별과 달이 선명하네, 푸른 풀에 어린 이슬 가을바람 높이 스쳐’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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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1347~1392)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학자다. 칠보시를 즐겨 지었고 문장은 간결하고 우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그는 명나라 황제에게 보낼 표문을 도맡아 작성하는 등 뛰어난 문학적 자질을 보여 명나라 문사들까지도 그의 글재주를 크게 인정했다.

【한자와 어구】

明河: 밝은 은하수. 橫中天: 중천을 빗기어 있다. 星月: 별과 달. 流鮮輝: 선명한 빛으로 흐른다. // 漙露: 엷다. 泫碧草: 푸른 풀에 빛나다. 涼颸: 서늘하고 시원한 바람(凉: 서늘할 량. 颸: 신선한 바람 시). 動高枝: 높은 가지를 스친다. 높은 가지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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