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바다 어패류는 '죽어가고', 전남수산행정은 '뒷걸음 치고'
전남 바다 어패류는 '죽어가고', 전남수산행정은 '뒷걸음 치고'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8.12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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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가막만 가두리 양식장 고수온에 집단폐사
30년째 '도돌이표' 방제대책으로 일관
과학적·체계적 대책없이 '황토뿌리기'급급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코로나19에다 폭염으로 전남 바다가 펄펄 끓고 있다. 여기에다 적조에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육상이건 해상이건 가두리 양식장엔 비상이 걸렸다.

여수 가막만 가두리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한 우럭/전남도

더위에 지쳐 하얀 배를 드러내 보이며 따가운 햇살을 견디느라 아가미로 숨만 깔딱 깔딱 내쉬는 어패류들이 처량하기만 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철 음식으로 각 가정의 밥상이나 식당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싱싱하고 값비싼 어패류가 아닌가.
그럼에도 적조·고수온에 신음하는 어패류들을 가두리양식장에 넣어두고 꼭 죽여야만 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전남도는 엊그제 적조 예비주의보를 발령했다. 앞서 한 달 전에는 함평만에 첫 고수온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아시다시피 평년 수온 보다 5도 이상 웃도는 30도를 넘을 때 발령되는, 이른바 ‘고수온주의보’가 내려진다.
기르는 가두리 양식장에 어패류들을 집단 밀식하다 보니 고수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류마다 고수온 노출 시간, 어체 크기, 건강 상태, 사료 섭취 등 사육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한계수온에 일정 기간 노출되면 용존산소량 부족으로 집단 폐사로 이어지게 된다. 

10일 전남도는 전남 바다에 고수온 특보가 22일째 유지되면서 가두리 양식장 가둬둔 어패류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휴일인 지난 8일까지 전남에서는 2개 시·군, 17개 어가에서 모두 139만4000마리의 어패류가 폐사했다. 피해 금액은 10억여 원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여수의 경우 우럭 양식어가 12곳에서 137만6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전복 양식어가 1곳에서는 전복 4000마리가 폐사했다.
완도에서는 양식어가 4곳에서 넙치 1만4000마리가 죽었다.

이런 피해는 최근 5년 여수지역 고수온 누적 피해(15개 어가, 8억9700만원)에 맞먹는 수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그 규모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고흥 앞바다에서 모의훈련중인 적조 방제 모습/전남도

그런데 문제는 어패류가 폐사한 시기가 지난 주말인 7일과 휴일 8일 이틀 동안, 그것도 여수가막만 해상 가두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데 있다.
원인을 따져보면 폐사 당시의 수온이 무려 29.3도에 달해 평년 수온 24.3도 보다 5도 이상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적조 예비주의보까지 발령되면서 양식어민들은 고수온 피해가 가장 컸던 3년 전의 악몽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8년 7~9월 사이 7개 시·군(여수, 고흥, 장흥, 강진, 함평, 완도, 신안)의 553어가에서 5억4천410만마리의 어패류가 폐사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471억2천만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여수가막만에서 어패류 폐사가 급증한 것은 심상찮다.
지금까지는 전남 바다가 폭염으로 서서히 달궈지다가 고수온에 못이겨 이렇게 대규모로 죽었기 때문에 어패류 폐사는 이제부터 시작임을 경고했다는 점에서다.
해수온은 육지와는 달리 큰비나 태풍, 급격한 조류 변화가 없는 한 고수온 상태가 단번에 꺾이지 않고 지속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패류 폐사 신고가 끊임없이 들어올 게 뻔하다.

이에 전남도가 내놓은 방제대책이라곤 “고수온 피해 우심해역 현장 예찰 및 양식어가 지도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흔연스럽게 얘기한다.

그러면서 어패류 폐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양식장 사료 투하량을 낮추거나 선별 및 이동금지 등 스트레스 최소화, 산소발생기나 액화산소 가동, 차광막 설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데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겠냐는 투다.
양식어가들로부터 ‘도돌이표 방제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전남도 수산행정의 문제점을 세가지 측면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전남도는 농업과 함께 6차산업으로 분류되는 수산업에 대한 방제대응을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적조에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고수온 주의보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방제 대책이라고는 단순하게 황토뿌리기에 지나지 않고 있다.
한때 미네랄이 함유된 황토를 뿌리는 것 자체도 한 켠에서는 적조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바다 밑으로 퇴적될 경우 또 하나의 해상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었다.

둘째는 적조가 90년대 초반 첫 발생한지 30년이 지났음에도 그 방제대책이 과학적인 원인 분석과 함께 체계화,시스템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도 현상에 황토뿌리기를 한 뒤 밀집군을 해체하는데 선박을 동원해 스크류를 돌리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도 수산당국은 매번 어패류가 폐사할 때 마다 국립수산과학원 등과 합동조사를 통해 신속한 원인규명 및 복구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더 이상의 연구 결과와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탁상머리 행정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적조 및 고수온 주의보를 내린 뒤 수온이 위험수위에 오르기 전에 가두리양식장 어패류를 바다에 방류하지 않고 그대로 폐사시킨 뒤 마리수를 계산해 재해보상을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재해보상법에 어패류가 죽어야 만이 보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하더라도 이를 정부에 요청하거나 관련법을 고쳐야 함에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고수온주의보를 내리면서 가두리 양식장 수온을 사전에 잰 뒤 어패류가 폐사할 위기가 닥치면 사전에 이를 방류해 바다목장을 만드는 등 바다를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물론 방류한 어패류는 재해보상비를 지원하면 된다.

이쯤에서 전남도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여수로 유치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여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어패류 폐사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제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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