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35) - 경정시(敬呈詩)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35) - 경정시(敬呈詩)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08.09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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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당신 마음 제 마음과 달라질까 두려워요 : 敬呈詩 / 취련 일타홍

여성다움은 아름다운 미모에 있다지만, 진정한 마음은 씀씀이에 있다고 강조한다. 정조 지키기를 목숨같이 하고, 남편을 자신의 몸처럼 지키며, 자식 교육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유교는 가르쳤다. 당시의 제도이고 관습이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여인네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시인은 언행이 헤프지 않았고 오직 일편단심이었다. 당신은 삼천리 밖에서 저를 생각하고 계시고, 저도 하루 열두 때 당신만을 생각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敬呈詩(경정시) / 취련 일타홍

당신의 내 생각 저도 역시 당신 생각

서울 인정 야박하다 말들을 하겠지만

그러나 당신 마음이 달라질까 두려워.

君能憶妾三千里 妾亦思君十二時

군능억첩삼천리 첩역사군십이시

聞道洛下人情薄 惑恐郎心異妾心

문도낙하인정박 혹공낭심이첩심

그러다가 당신 마음 제 마음과 달라질까 두려워요(敬呈詩)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취련(翠蓮) 일타홍(一朶紅)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당신은 삼천리 밖에서 저를 생각하고 계시고 / 저도 또한 하루 열두 때 당신만을 생각하였어요 // 서울 인정이 야박하다고 다들 말들 하겠지만 / 그러다가 당신 마음이 제 마음과 달라질까 두려워요]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공경히 드리는 시]로 번역된다. 시인과 심희수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후대 사람들에게 은은하게 가슴을 적신다. 후실 되기를 자청하며 남편의 출세가도 달리는 일을 소임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실을 자신이 나서서 맞아들게 하면서도 마음 하나 상하지 않는 공경한 태도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한 한 생을 마감하는 후덕厚德에 가슴을 저미게 한다. 시인은 임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고 난 후로 보고 싶은 간곡한 마음을 담아 공경하게 드리는 시 한 수를 쓰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당신은 삼천리 밖에서 저를 생각하고, 저도 또한 하루 종일 당신을 늘 생각했다고 했다. 공경의 극치를 시인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상관자인 임의 입장에서도 정중하게 노정露呈해 내는 시심의 밑그림을 그려냈다. 화자는 세상의 인정과 두 사람의 변치 않을 연모의 정을 대장간에서 망치로 치듯이 잘 다독여 놓았다. 서울의 인정이 아무리 야박하다고 다들 말을 하겠지만, 그러다가 행여 당신 마음이 제 마음과 달라질까 그것이 두렵다는, 그래서 변치 말자는 한 곡조 시름을 쏟아내고 말았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당신은 저를 생각하고 저도 당신 생각해요, 서울 인정 야박하나 당신 마음 달라질지’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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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일타홍(一朶紅:?∼?)인 여류시인으로 그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심희수와의 깊은 애정을 나누었던 사람으로 남편의 출세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던 인물로 알려진다. 이와 같은 그 녀의 진실함과 보기 드문 독실한 여성의 본보기가 야사野史에도 나타나 있어 주지할 일이다.

【한자와 어구】

君能: 당신은 ~할 수 있겠죠. 憶妾: 첩을 생각하다. 三千里: 삼천리. 妾亦: 첩도 또한. 思君: 그대를 생각하다. 十二時: 24시간이나 12간지로는 12시간. // 聞道: 말을 듣다. 洛下: 낙양. 모두. 다들. 人情薄: 인정이 박하다. 惑: 혹은. 恐: 두렵다. 郎心: 당신의 마음. 異妾心: 첩의 마음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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