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낙연·李재명 난타전, 광주·전남 ‘불쾌’하다
李낙연·李재명 난타전, 광주·전남 ‘불쾌’하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8.05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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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통론’'호남불가론'‘배신자’‘무능’‘조폭 사진’공방
선거인단 200만여 명..."정책 대결“요청
​​​​​​​정권 교체 열망 속 ‘李·李공방’ 외려 야권에 도움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양패구상(兩敗俱傷)’이라 했던가. 양측이 싸우다 보니 다 함께 패배하고 얻을 게 없이 상처만 입는다는 뜻이다.

(좌)이재명 경기지사가 광주 학동 참사로 구속 수배된 5·18단체 회장과 찍은 사진
vs (우) 이낙연 전 대표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촬영한 사진 /각 캠프 공보단

개와 토끼가 몇 날 며칠을 쫓고 쫓기다가 둘 다 지쳐 쓰러지자 때 마침 이곳을 지나던 농부가 손쉽게 두 마리를 잡아갔다는 사자성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를 본 듯한 느낌이 확 밀려온다.

이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로는 여러 가지가 많지만 좀 더 쉬운 걸 고른다 치면, “두 세력이 싸워 양쪽 모두 손해만 보고 엉뚱한 제삼자가 거저 이익을 보는 것”을 뜻하는 이른바, ‘어부지리(漁夫之利)’를 들 수 있겠다.
명색이 집권 여당인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란 사람들이 “하늘만이 점지해준다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왜 그렇게 무의미한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서다.

자신만이 잘났다는 헛된 자존심에서 일까, 아니면 자신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명예욕에 사로잡혀서 일까.
어찌 보면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는 모습을 보노라면 민주당에서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정권재창출 의지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 지사간 날선 공방은 기본소득으로 출발해 ‘적통·서자론’, '호남불가론', ‘배신자’, ‘무능’ ‘투샷 사진 폭로전’ 등에 이슈를 만들고 프레임을 씌우는 전략에 다름 아니다.
그런 난타전에 특히 민주당원과 국민들의 마음 한켠엔 피로감만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거인단에 가입했던 광주의 한 시민은 한 마디로 ‘식상하다’는 표현을 넘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텃밭이요,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호남을 무엇으로 보기에 구태정치를 답습하는, 지역색 담긴 ‘백제’발언이 튀어 나오느냐고 반문한다.

무엇보다 두 후보의 '백제발언' 공방은 특히 광주·전남 사람들에겐 상실감을 안겨줬다. 그것도 이재명이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영남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한 대목이 그러했다.

이에 전남 영광 출신 이낙연으로서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간 ‘등신’이란 소릴 들을 수밖에 없겠다. “‘호남불가론’이 무슨 소리냐”며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라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백제발언도 모자라 과거 총리와 지사로 있을 때 무슨 일을 했느냐, 한일이 뭐냐고 서로 ‘무능론’을 제기한다. 한 술 더떠 ‘배신자’프레임을 씌운다.

두 후보의 성격 자체가 인파이터 복서를 닮아서인지 음주 전력을 놓고 공격한다. 이 지사가 벌금 150만원을 물었다면 상습범이 아니냐, 공직후보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다그친다.
그랬더니 이 지사 측은 범죄경력증명 서류를 내보이면서 한번 뿐이라고 받아친다.

이왕 싸울려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어서 그런지 급기야 ‘투샷 사진’ 폭로전으로 이어간다.
이재명 측은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웠던 최 전 동양대총장과 이 전 대표가 나란히 서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서로 친분을 제기함으로써 친문 강성 지지층의 반감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다.

이에 이낙연은 최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참사 철거업체와의 이권에 개입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해외로 도피한 전 광주518단체회장이자 과거 조폭 행동대장과 손을 잡고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이재명을 겨냥했다.

두 후보의 ‘제살 깎아 먹기’식 공방전을 지켜보면서 민주당내 경선을 통한 흥행을 일으키기 보다는 외려 자신들을 지지하는 선거인단 마저 내쫓지 않을까 우려 된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
TV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손잡고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합동 토론회 앞서 송영길 대표가 ‘원팀’으로 한데 힘을 합쳐 가급적 서로를 흠집내기 보다는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력을 높이자고 요청을 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면 그만이다.

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조차 지지율이 빠지거나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앞선다. 
쉽게 얘기하면 당내는 물론 중도층 유권자 표심이 이탈한 속에 야당 후보에게 공세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지금껏 대선 경선 후보들이 민주당 선거인단으로 끌어들인 190만여 명이 두 후보의 난타전에 식상한 나머지 경선 흥행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오는 16∼25일 3차 모집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50만 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선거인단 규모였던 214만 명을 넘어서게 되면서 잘만 하면 정권재창출도 가능 하겠다.

요즘 광주에는 이런 말이 가장 많이 오간다. 민주당 경선 후보로 이재명과 이낙연 중에서 누가 될 것 같냐“고 말이다.
그런 우문에 대한 답은 ‘양패구상’이라 답하고 싶다.

누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든 지간에 정책 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할 경우 그만큼 후유증도 커, 과연 야권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아서다.
국민들은, 특히 2030세대들은 이번 대선에서 만큼은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런 대세론 앞에서 이낙연과 이재명간 이전투구는 야권의 정권교체 열망 앞에서 왠지 오그라 들고 작게만 느껴진다.
누구를 위해 李·李간 난타전을 벌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짓만 하고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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