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의 분노
대한민국 청년의 분노
  • 문틈 시인
  • 승인 2021.08.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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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중한국대사로 나가 있는 장하성 씨는 고려대 교수 시절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썼다. 불평등한 한국의 자본주의에 대해 청년들에게 “분노하라”고 했다. 청년세대에 바치는 헌사로 격찬을 받은 이 책에서 그는 ‘가장 고통받는 세대와 계층이 분노하는 수밖에 없다’고 썼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박사학위, 고려대 교수를 지낸 스펙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씨는 분배의 불평등, 청년 실업의 급증 등 청년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시대를 향해 사자후를 토한다. 한마디로 청년들을 대신해서 분노를 떠뜨린 책이다.

“급하게 쓸 책이 아니었는데 마음이 급했다.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1년 내내 통계를 분석했다. 청년들아. 제발 아프지 마라. 아픈 건 당신들 탓도, 당연한 것도 아니다. 이 불평등을 야기한 세력에 분노하고 요구하라.”

뒤늦게 읽은 이 책의 호소에 십분 공감하며 청년들을 대신해 나도 분노한다. 장하성 씨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가 정책실장을 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했고,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는데 앞장서 평소의 지론을 정책으로 시도했다.

나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그 결과가 미진하고 다만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것은 많은 부작용이 있었음에도 우리 사회가 감당하고 나가야 할 것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하성 씨는 한 인터뷰에서 “청년 세대가 자기들의 어젠다를 정치 어젠다로 만든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며 청년의 분노를 투표로 표현하라고 격려했다. 그런데 오래 전에 나온 이 책이 그가 참여한 지금의 정부를 향해 청년들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읽히는 것은 어인 일일까.

장하성 씨는 청년들의 어젠다에 귀를 기울여줄 당에 투표하여 분배의 불평등을 고치라고 한다. 지난 총선에서 청년들은 압도적으로 여당에 표를 몰아주어 거대 여당을 만들어 주었다. 이미 그 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선출했다. 4년여가 지난 지금 장하성 씨가 치켜든 청년들의 어젠다는 어떻게 되었는가.

청년의 문제는 정치 세력을 만든다고 해서 일거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더 복잡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치 영역에서 해결할 부분도 있지만 더 크게는 미래의 구성에 있다. 즉 세계는 지금 미래로 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과거 정리, 적폐청산 같은 문제에 매달려 있다.

물론 그것들도 반드시 처리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시급한 것은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잘 대응하고 있느냐다. 미국과 중국은 미래 첨단 기술을 놓고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은 자세다.

미래로 가는 도도한 물결에 배를 띄우지 않는다면 청년의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청년은 그 자체로 미래 세력이 아닌가. 분배의 불평등이 야기한 구조를 뜯어고치는 문제와 함께 그보다 더 중한 것은 청년들을 미래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4차 산업혁명으로 선진국들은 줄달음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치킨집에서 알바 모집공고를 내면 몇백 명이 클릭하는 현실에 나는 몹시 우울하다. 20대, 30대 청년들이 영끌을 해서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을 보고 나는 매우 우울하다.

오죽하면 미래를 주도해야 할 청년이 절벽 같은 현실을 타고 넘기 위해 그러랴 싶다가도 마치 내 잘못이라고 되는 듯 슬픔을 느낀다. 청년은 희망, 꿈, 도전, 모험, 용기, 반항 같은 단어들의 소유자가 아닌가.

최근 지표에 따르면 청년층의 8.9%가 실업상태에 있다. 이 지표는 정규 일자리만을 따진다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일자리가 넘쳐서 구인난 상태라는데 우리는 지금 취업난 상태다. 알바 말고, 비정규직 말고, 좋은 일자리 말이다.

이 땅의 시민으로서 당당히 국가와 사회, 개인을 위해서 자아실현을 할 그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 그것이 답이다. 그런데 아무도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

하기는 코로나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힘든 일일 수도 있다. 당장에 코로나를 피해 살아가는 일이 급하니까. 6년 전에 장하성 씨가 쓴 책에서 외친 대로 나는 지금의 청년들에게도 더 불평등해진 현실에 분노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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