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전남 갯벌’, 세계적 관광 상품화 시급하다
유네스코 등재 ‘전남 갯벌’, 세계적 관광 상품화 시급하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7.29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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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순천-보성 갯벌 26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재 면적 87% 차지...‘제주 용암동굴’ 이어 한국 두 번째
​​​​​​​멸종 위기종 등 2150종 살아 숨쉬는 생태 보고
관광객 유치통해 문화관광 및 먹거리 산업화 나서야

요즘처럼 코로나에 가마솥더위가 한꺼번에 겹칠 때는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 또한 힘겹게 하루, 하루를 넘긴다. 트랙터와 이앙기가 보급되기 시작하기 전에는 뙤약볕 농사일을 소가 대신 했었다.

미네랄과 영양소가 풍부해 지친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는 낙지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에서 잡고 있는 모습 

소가 끄는 쟁기로 논밭을 갈고 엎을 때만큼은 반드시 필요한 생산 수단이었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농사일에 꼭 없어서는 안될 소가 더위에 지친 나머지 날 잡아가라고 주저 앉을라 치면 다른 대안이 없었다. 아무리 큰소리로 외쳐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소에게 있어 유일한 처방이 하나 있었다.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가 다량 함유된 갯벌에서 잡은 ‘낙지’를 먹이는 일이다.
‘지친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는 속담은 그래서 나왔다.

그런 전남지역 갯벌이 우여곡절 속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26일 중국 복건성 푸저우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다.

첫째는 생물의 다양성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라는 점에서다.
둘째는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신안지도면 선도 갯벌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갯벌을 보유한 신안군 지도면 선도 갯벌 

이번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전남 신안,보성-순천을 포함 충남 서천, 전북 고창 등 서남해안 4곳에 있는 갯벌을 한데 묶은 자연유산이다.
면적이 1300㎢에 이른다. 이 중 신안 갯벌이 1100㎢로 가장 넓고 다음이 보성·순천 갯벌 59.85㎢에 달하다 보니 전남 갯벌만 해서 전체 등재 면적 대비 87%를 차지한 셈이다.

이번 등재는 앞서 2007년 등재된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한국의 세계자연유산으로는 두 번째로 기록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로 이어지기 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2008년 박준영 도지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갯벌에 대한 도립공원 지정과 함께 전남만이 갖고 있는 햇볕과 바람, 풍광을 바탕으로 한 갯벌과 염전을 등재하기 위해 정부에 요청한 게 단초가 됐다.
이어 지난 2010년 세계 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한 뒤 2014년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 발족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8년 1월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가 다시 2019년 1월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유네스코 심사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한국 정부에서 신청한 갯벌들을 현장 실사한 후 '반려' 의견을 냈다.
그 이유로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 서식지로 인정되나 인천 강화도 등 남한 북부의 갯벌들이 포함돼 있지 않았고, 보호지 주변 완충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한때 총회 전 자문기구가 안건을 반려했으나 정부가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참여하는 21개 위원국을 직접 설득한 끝에 통과됐다. 반려된 안건이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최종 등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란다.
그동안 전남도는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에서 한국의 천일염 생산 과정을 담은 전시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정부의 실사단과 함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보성갯벌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보성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고 있는 장면

결과적으로 전남갯벌은 '생태계 보고'임과 동시에 우수성이 입증된 셈이다.
그런만큼 생태·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등재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남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앞으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국제적 보호체계를 갖추면서 이를 생태관광자원화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특히 전남 갯벌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만큼 국내외는 물론 해외로 부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문화관광콘텐츠를 개발함과 아울러 먹거리를 산업화와 연계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남도 김영신 관광문화체육국장은 "세계유산 등재야 말로 전남 갯벌의 우수성과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된 만큼 국내·외 홍보는 물론 차별화 전략을 통해 해외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관광명소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남도는 세계 유산 등재를 기폭제로 삼아 문화재청, 외교부, 해양수산부, 순천시, 보성군, 신안군과 협의해 등재선포식, 강연회, 전시회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통해 전남이 생태 수도로 자리매김하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유네스코에서 자연유산의 훼손방지와 영구보존을 위한 국제적 기술지원과 자문, 세계유산기금 재정지원 등을 받게 된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도민들의 삶의질 향상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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