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 부실공사로 인한 총체적 '인재'
'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 부실공사로 인한 총체적 '인재'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7.28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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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붕괴 건물 감정 발표
원인은 무리한 철거, 감리·원청 및 하도업체 관행 탓
현재 참사 관련자 23명 입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의 붕괴 원인은 총체적 부실 공사 탓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붕괴 참사 현장 모습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5층 건물 붕괴 참사 중간 수사 브리핑을 갖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내놓은 붕괴 참사 관련 원인·책임자 규명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원인은 안전불감증에 기반한 무리한 철거 방법 선택, 감리·원청 및 하도급업체 안전 관리자들의 주의의무 위반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인재라는 감정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감정 결과 참사 현장 구조물에 대한 정확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철거를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철거업체는 건물 외벽 강도를 무시하고 철거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동구 학동 참사 발생 건축물 철거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말하자면 철거업체는 하층부 일부를 부순 건물 뒤쪽에 흙더미(성토체)를 쌓고 굴착기로 철거 작업을 진행했으나 하층부 바닥에 폐기물 등이 쌓이면서 수평 하중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건물이 넘어졌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고층 건물 철거시 성토물을 제거한 뒤 저층부를 철거해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한 상태에서 수평 하중에 취약한 'ㄷ자 형태'로 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철거 과정의 문제점으로는 ▲건물 외벽 강도와 무관한 철거 작업 진행 ▲하층부 일부 철거 뒤 건물 내부 성토체 조성 ▲수평 하중에 취약한 'ㄷ자 형태'로 철거 진행 ▲1층 바닥 하중 증가·지하 보강 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철거 과정도 순서를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함에 따라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애시당초 계획서상 공정은 1.건물 측벽 철거 2.최대 높이까지 압쇄·철거 3.잔재물 깔아올림 4.잔재물 위로 장비(유압 설비 장착 굴삭기) 올라탐 5. 5층부터 외벽·방벽·바닥·천장 순 철거 6.3층 해체 뒤 장비 지상 이동 7.1~2층 해체 8.잔재물 정리·반출 등의 순서대로 진행돼야 하나 이를 어겼다.

실제로 흙더미를 쌓아둔 상부에서 긴 붐과 암이 장착된 굴착기로 옥탑 건물을 포함한 4~5층을 우선적으로 철거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하층 일부를 먼저 부순 뒤 내부에 쌓인 흙더미를 제거한 뒤 1~3층을 철거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이를 간과한 채 철거를 강행한 셈이다.

이에따라 부서진 폐기물들이 흙더미 무게를 증가시켰고, 흙더미가 아래로 쏟아지면서 도로 쪽으로 통째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참사로 이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건물붕괴 원인을 ▲지하층 내 '밥' 부실 설치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공법(흙더미 활용 하향식 압쇄) ▲작업 절차 무시 철거(후면·저층부터 압쇄) ▲건물 지지용 쇠줄 미설치 ▲과도한 살수 ▲굴착기 무게 ▲흙더미 유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을 지었다.

따라서 경찰은 이러한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분석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참사 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들에 대한 사건 처리에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참사 관련 직·간접적 책임이 드러나 입건된 이는 23명이다.
이 중 9명이 붕괴 책임 관련자고, 나머지 14명은 무리한 철거 공정과 불법 재하도급을 초래한 재개발사업 비리 의혹 관련자다.

23명 중 원청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공정 감독을 도맡은 하청사 2곳(한솔·다원이앤씨) 현장 소장,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감리자, 철거업체 선정 개입 브로커 등 6명이 구속됐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감리를 선정한 동구청 직원, 재하도급 금지규정을 위반한 하도급업체 대표, 원청업체 안전부장·공무부장 등 4명은 불구속 송치하기로 했다.

특히 철거 업체와의 공정별 하청 계약 구조를 보면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이앤씨→백솔) ▲지장물(조합→한솔·다원이앤씨·거산건설)로 나타났다.

수사 과정에서 공사의 공동 수급자로 계약을 체결하고도 실제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수익 지분만 챙기는 이른바 '지분 따먹기'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나,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는 "원인·책임자 규명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됐지만, 업체선정·재개발 비위 관련 수사는 앞으로 수사력을 집중해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9일 오후 4시 22분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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