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전남 농어가 '물벼락' 피해에 '보상"은 막막
[현장르포]전남 농어가 '물벼락' 피해에 '보상"은 막막
  • 김경욱 기자
  • 승인 2021.07.19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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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폭우에 생계 막막한 강진·해남의 한숨
강진 마량 양식 전복 폐사...4백억 추산
특별재난구역 기대 but 지정 '난망'

지난 5일과 6일 사이 전남지역에 내린 국지성 집중호우로 해남과 강진 하천을 중심으로 큰 피해가 속출했다. 장맛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치고 뙤약볕에 농어가들은 피해복구에 바쁘다.

강진군 마량면의 전복 양식장은 폭우로 민물이 한꺼번에 바다로 밀려와 2천만 마리 이상이 폐사됐다.
폭우로 민물이 한꺼번에 바다로 밀려와 2천만 마리 이상이 폐사된 강진군 마량면 전복 양식어가

하지만 하천 인근 농지와 전복 양식장을 중심으로 피해보상을 받은 길이 막막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피해 농어가의 현실적인 보상을 위해 특별재난구역 지정이 시급한 실정에 있다.
전남도와 지자체장, 도의회, 지역 국회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피해 지역 전체 규모 전체를 놓고 산정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여서 더욱 애를 태우고 있다.

▲ 강진 전복 양식어가 피해 400억 추산...농축산물도

강진군은 지난 6일 자정께부터 12시간 동안 최대 600㎜ 이상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로인해 농작물 1천㏊ 이상이 침수됐다. 오리 6만7천마리 이상이 폐사했다. 전복 양식어가들의 피해는 수백억원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크다.

대구면에 자리한 대구천이 큰 돌이나 나뭇가지로 막히고 범람하면서 인근 논이 매몰·유실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구천을 가로지르는 세월교(하천을 막은 후 배수로를 뚫어 놓은 잠수교의 일종)가 유속을 막았고, 토사가 내려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 일대의 피해가 더욱 컸었다.

이번 비 피해를 많이 입는 곳은 아무래도 마량면 전복 양식장이다.
갑자기 육지에서 불어난 물이 한꺼번에 바다로 유입되면서 2천만 마리 이상의 전복이 폐사됐다. 민물이 바닷물과 섞이면서 염도가 4ppm으로 급격하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대 양식어민 31명의 피해는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보상 받을 길은 막힌 상태다. 재난지원금을 받을 방법도 없다. 보험가입을 해야 하지만 까다로운 절차와 비싼 비용, 턱없이 낮은 보상금 때문에 그러하질 못했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정부의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고작 5천만 원에 불과하다.
피해 규모를 놓고 강진과 해남 양식어가와 이를 축소하려는 행정안전부 직원들 간의 신경전도 예사롭지 않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 일정 규모 이상의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는 데서다.

해남군 현산면 구시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경식씨는 지난 6일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 논 4천평이 모래로 뒤덮였다. 또 인근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던 단호박은 물에 젖어 썩은 상태지만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사진은 썩고 있는 단호박을 바라보고 있는 이씨.
해남군 현산면 구시리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던 단호박은 물에 젖어 썩은 상태지만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 수확한 단호박 보상 ‘막막’
해남군 현산면 구시리는 하천 제방이 무너져 인근 논으로 모래와 자갈이 밀려들었다. 모내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야말로 논인지, 자갈밭인지 도통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동원해 무너져 내린 제방을 쌓고 있지만 녹록치 만은 않다.
올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논 옆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단호박과 고추도 고사해 버렸다.
상당수는 떠내려 갔고, 일부 남은 단호박은 온통 곰팡이가 핀 채 썩어가고 있다.
일부라도 보상을 빋기위해 냄새가 나는 단호박을 보관하고 있지만, 10여 일이 넘도록 관할 행정기관에서 피해 현황을 조사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있다.

답답하기만 해 면사무소를 두 차례나 찾아갔더니 '수확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야 큰 피해라고 울음 섞인 하소연을 하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조사를 나온다고 해고 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보상을 받을 길은 막막한 실정이다.

해남군 삼산면의 한 하천이 폭우로 물이 불어나 인근 밭이 유실됐다.
폭우로 해남군 삼산면 하천둑이 무너져  불어나 유실되거나 매몰된 농지

▲ 하천 범람 농작물 피해...실질적 보상을
인근 해남군 삼산면도 한꺼번에 쏟아진 비로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대흥사에서 삼산천까지의 4㎞ 계곡 제방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인근 논과 밭이 잠겼다.
바닥에 쌓인 모래와 자갈을 10여 일이상 파내고 있지만 복구 완료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런데 문제는 인근 논과 밭도 범람한 모래와 자갈로 피해를 입었지만 실질적 보상이 가능한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는 데 있다.
재해지수에 따라 보상금이 결정되는데, 현 피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남군은 피해지역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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