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가고, 2018년 맞먹는 폭염 피해 우려된다
장맛비 가고, 2018년 맞먹는 폭염 피해 우려된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7.14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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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일 비 내린 뒤 20일부터 '열돔 현상' 나타나
미국과 캐나다. 2018년 폭염도 열돔 때문
코로나에 열대야 겹쳐 사소한 시비가 생명 앗아가기도
전남도,고수온으로 양식 어류, 가축 폐사 대비를

장마가 빨리 끝나고 오는 20일부터 열돔(Heat Dome) 현상’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여름엔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자 데워진 광주시내 도로를 살수차로 물을 뿌리고 있다/ 북구청

벌써부터 서울에서는 첫 열대야 발생해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됐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상태인, 이른바 ‘열대야’현상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지난해 (8월 4일)보다 23일 앞선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서 찜통더위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것은 장마가 늦게 시작한데다 기간이 짧아서다. 장마 전선은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뜨거운 공기가 부딪치며 발생하는데, 한반도 대기 상층부에는 하층과 달리 뜨거운 공기가 충분히 유입되고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장마 전선은 한반도를 피해 동서로 길게 흩어져 중국과 일본에 걸쳐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의 장마전선은 소강상태다.

다시 말해 장마가 늦게 찾아왔다 일찍 물러간 셈이다. 그렇게 되면  6일에 불과했던 1973년, 16일이었던 2018년에 이어 1999년과 함께 역대 세 번째로 짧은 장마로 기록된다.
올 장마가 7월에 시작된 것은 1982년 이후 39년 만이다.
지난달 말까지 한반도 상공에 버티고 있던 찬 공기가 장마전선의 북상(北上)을 막으면서 열흘가량 늦게 찾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주전남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장마후 예상되는 열돔현상과 역대 연도별 폭염 일수/기상청
장마후 예상되는 열돔현상과 역대 연도별 폭염 일수/기상청

이를 틈타 습한 더위가 찾아왔다. 한반도 서쪽에 위치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고온 다습한 공기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15일까지 낮 기온이 높아지면서 일부 남부지방과 중부 내륙은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다만 서쪽에 위치한 저기압이 약화되고 기온이 다소 내려가면서 17~19일께 비를 뿌릴 예정이지만 강우 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했다.

하지만 장마 전선이 20일쯤에는 한반도 북쪽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종료가 되면 한층 더 강한 폭염이 몰려온다는 관측이다.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열돔은 더운 고기압이 대기 중에 자리 잡은 채 지표면 부근의 열기를 가두는 현상이다.
낮 동안 내리쬔 햇볕으로 달궈진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내리 누르는, 일종의 압력솥 같은 역할을 고기압이 하는 것이다.

올해도 기압계 배치가 2018년과 비슷해 장마가 짧게 끝난 뒤,한반도에 열돔을 형성할 수 있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 등 더운 공기 덩어리가 평년에 비해 강하게 발달하고 있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화한 탓에 열돔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돔 현상은 2018년 한반도를 덮친 사상 최악의 폭염에 이어 올해 캐나다와 미국 북서부에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피해 발생의 원인이기도 하다.

2018년 당시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4일로 평년 9.8일에 비교해 월등이 높았다.
더불어 열대야일수도 17.7일로 관측 이래 최다 1위를 기록했다. 특히 8월 1일 홍천이 기록한 41도는 관측사상 최고기온이었다. 이날 서울도 39.6도가 관측돼 1907년 10월 1일 이후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극심한 폭염 탓에 온열질환자 수는 4526명(사망 48명)으로 2011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또한 해양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어류 집단 폐사 등의 양식생물 피해가 604억원 발생했다.

폭염에 따른 고수온 상승으로 폐사한 양식 어류
폭염에 따른 고수온 상승으로 폐사한 양식 어류

특히 서남해안을 끼고 있는 전남도 연안해역에 고수온 관심단계가 지난해 보다 19일 빨리 발령된 만큼 양식장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고수온 관심단계는 수온이 25~27도일 경우 국립수산과학원이 통상적으로 발령한다. 전남 함평 27.2도, 장흥 27.0도를 기록하고 있어 폭염에 따른 전복 등 양식어류 폐사 등이 우려된다.

더위에 장사 없다고 벌써부터 경남 전남 전북 등 각 지역에는  온열질환수가 무더기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축 폐사는 물론이고 과수 채소 등 농작물 피해도 불보듯 하다. 

특히 코로나로 일상이 갇힌 상황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아까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캘리포니아주(州) 등 미국 북서부는 최고 5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정전과 산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평년보다 7~10도 높은 더위에 700명 넘게 사망했다.
밴쿠버 해변에서는 홍합과 굴 등 조개류가 뜨거운 햇볕 아래 그대로 익어 폐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계 상황은 사상 최고 수준의 폭염이었던 2018년과 비슷하다. 열돔 현상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불확실하지만, 만약 지속 기간이 길어지면 그때와 비슷한 폭염이 올 수도 있는 만큼 만큼 전력 수급이나 온열 질환 등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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