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32) - 화석정(花石亭)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32) - 화석정(花石亭)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07.12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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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울음소리만 저무는 구름 속에 끊기구나 : 花石亭 / 율곡 이이

화석정은 율곡이 국사의 여가가 날 때 마다 찾았던 곳이고 관직을 물러난 후에도 이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보내면서 시와 학문을 논했다. 파주시 파평면 임진강변에 위치하고 있서 정경을 더한다. 선조대부터 가보로 내려온 정자라고 전한다. 정자가 모양이나 위치가 그러하듯이 저 멀리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지를 모른다. 산은 멀리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며, 강은 만 리의 바람을 잔뜩 머금었구나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花石亭(화석정) / 율곡 이이

앞산은 외로움에 둥근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 리에 바람을 머금는데

변방의 기러기 소리 구름 속에 끊기네.

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

산토고륜월 강함만리풍

塞鴻何處去 聲斷暮雲中

새홍하처거 성단모운중

외로운 울음소리만 저무는 구름 속에 끊기구나(花石亭)로 제목을 붙여본 율(律)의 후구인 오언율시다. 작가는 율곡(栗谷) 이이(李珥:1536∼1584)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면서 / 강은 만 리의 바람을 잔뜩 머금었구나 //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 것인가 / 외로운 울음소리만 저무는 구름 속에 끊기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화석정에서]로 번역된다. 화석정은 1443년(세종 25) 율곡선생의 5대조부인 강평공 이명신이 세운 것을 1478년(성종 9년) 증조부 이의석이 보수하고 이숙함이 ‘화석정(花石亭)이라 이름했다. 한국전쟁 화마로 변신하여 보수했고, 현재의 현판은 박정희 대통령이 썼단다. 시인이 8세에 썼던 화석정 전구는 [숲속 정자에 오르니 가을이 이미 깊어가고(林亭秋已晩) / 근심하는 객의 마음이 무궁하기만 하네(騷客意無窮) // 멀리 물은 푸른 하늘에 이르고(遠水連天碧) / 서리 단풍은 해를 향해 붉기만 하구나(霜楓向日紅)]라고 했다. 시인의 시상을 둥근 달을 토해내더니 결국은 멋진 가락 한 시를 토해내고 만다.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다고 했다. 둥근 달과 강이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다는 대구적 시상에 고개는 마냥 끄덕여 진다. 화자는 종장의 대전환이란 변신을 꾸미고 만다.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는 것인가 / 울음소리가 저무는 구름 속에 끊기구나]라고 했다. 이제 가을의 문턱에 온갖 벌레들도 서성이고 있으려니, 기러기의 울음소리가 구름 속에 끊긴다고 했으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산은 달을 토해내고 강은 바람 머금었네, 기러기 어디로 나는가 울음소리만 끊기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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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율곡(栗谷) 이이(李珥:1536∼1584)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대학자다. 1555년 하산하여 외가인 강릉으로 돌아와 자경문을 짓고 성리학에 전념하기도 했다. 1558년 예안에 낙향해 있던 이황을 찾아가 성리학에 관한 논변을 진지하게 나누었다. 그해 별시에서 장원으로 급제했던 대학자다.

【한자와 어구】

山: 산. 吐: 토하다.(山吐: 산이 ~을 토하다.) 孤輪月: 둥근 달이 외롭다. 혹은 달을 토하다. 江: 강. 含: 머금다(江含: 강은 ~을 머금다.) 萬里風: 만리의 바람이다. // 塞鴻: 변방의 기러기. 何處: 어느 곳. 어디로 가나. 去: 가다. 聲斷: 소리가 끊어지다. 暮雲中: 저문 구름 속이다. 저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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