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시대정신
대선과 시대정신
  • 윤용기 전남본부장
  • 승인 2021.07.0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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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기 전남본부장.
윤용기 전남취재본부장

내년 3월 9일이 대선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9개월 남짓 남았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행정과 정치의 중심에 자리한다. 그래서 대선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로 통한다. 대선은 언론을 통해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공중전으로 진행된다. 후보자들이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바꿔말하면 시대정신의 장악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치 광장이 대선이다.

시대정신(Zeitgeist)은 동시대를 관통하는 생각과 철학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그 시대의 화두로 등장해 문제들을 극복해왔다. 1945년 광복 직후 우리나라의 시대정신은 ‘새로운 나라 만들기’였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는 ‘경제적 산업화’와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정치적 민주화’가 목표였다. 1960~1980년대의 산업화 시대와 1987년 이후의 민주화 시대는 이런 시대정신에 의해 열렸다.

민주화 이후의 시대정신은 선진화, 복지국가가 의제였다. 민주화를 넘어서 선진화로,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복지정책이 시급하다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선진화가 보수적 시민에게 설득력이 높았다면, 복지국가는 진보적 시민에게 호소력을 가졌다. 선진화는 2007년 대선을 이끈 담론이었고, 복지국가는 2012년 대선을 주도한 의제였다.

지난 3번의 대선에도 이명박은 ‘경제와 서민’, 박근혜는 ‘산업화의 유산’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함축된 의제를 제시하고 국민적인 평가를 받았었다.

​대통령 당선은 후보자의 선거전략이 어느 특정한 시대의 지배하는 시대정신과 시대의 욕망에 부합하느냐에 달렸다. 선거전략이라는 것이 결국 그 시대의 의제를 시대정신으로 세팅하여 거기에 부합하는 아이콘이 해당 후보라는 것을 마케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022년 대선의 화두로 ‘공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지난주에 줄줄이 출마를 선언한 대선 예비 주자들도 예외 없이 던진 화두가 ‘공정’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에 앞세운 말이 ‘공정와 상식’이었다. 30일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재명 경기지사도 ‘공정과 성장’을 앞세웠다.

이미 ‘공정’은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Zeitgeist)’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요즘 세상 사람들이 온통 공정(公正)을 입에 올리고 있다. 불공정이 그만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는 증거다. 집권세력의 중심인 86세대들이 보여준 위선과 책임지지 않는 변명도 크게 한몫한 것 같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차기 대선후보로 성장한 것도 공정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했다. 윤 전 총장의 인기는 반(反)문재인 정서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지난 27년간 검찰 권력을 누려왔다. 더불어 조직력도 국정을 수행할 능력도 어느 것 하나 검증받거나 증명된 일이 없다. 그런 그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등장한 것도 공정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가 이 시대에 가장 공정한 인물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일반 대중들에게는 박근혜, 문재인 정권 모두에게 대립각을 세워온 그가 공정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전사 이미지로 연출됐다는 의미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슬로건은 문재인 정부를 한마디로 상징하는 말이다. 이처럼 공정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부의 공정성이 흔들릴 때 공정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공정성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에게 국민의 눈길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비문이다.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개인적인 능력도 인정받은 점도 있지만, 친문세력과 날 선 대치점도 지지율에 유지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다. 자수성가한 사람의 상징으로 통하는 이 지사는 공정, 정의, 행정의 전문성, 추진력 등 많은 장점을 갖춘 인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모양새다.

한동안 대선 후보 지지율 압도적 1위를 달려왔던 이낙연과 최근 후보대열에 합류한 정세균 전 총리들의 지지도 각 13%와 5% 내외에 지지도에 머물면서 고전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지 못한 데 있다고 분석한다.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가 내세우는 키워드는 협치와 회복이다. ‘공정’이 무너진 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나서니 지지율이 오르겠냐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지금 시국은 촛불혁명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현 정부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갈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의제로 등장한 ‘공정’이 ‘시대정신’의 전부는 아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할 새로운 성장과 복지의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시대정신은 공허한 메아리다.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과학기술 변동과 인구절벽 적극 대응, 신뢰할 만한 부동산 대책과 실현 가능한 복지국가로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의제가 제시돼야 한다.

2022년 대선이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대정신의 경연장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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