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가 사라졌다…이젠 낯선 언어 됐다
‘소매치기’가 사라졌다…이젠 낯선 언어 됐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6.23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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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건수 매년 줄어…현금 사용 줄고, 거리 CCTV 즐비
​​​​​​​훔친 신용카드 결제 어렵고, ‘현금 없는 매장’운영도

5060세대들이 어렸을 적엔 지금처럼 승용차를 여러 개 굴리는 가정이 별로 없었다. 교통수단으로 주로 버스를 이용하곤 했다.

남의 주머니 지갑을 몰래 훔치는 장면

학교를 다닐 때 안내양들이 승객들을 안으로 몰아넣으려고 온갖 힘을 쓰던 시대였기에 그 안내양이 ‘오라이’하면서 버스 문을 두드려야 차가 출발했다. 버스 안에 워낙 승객들이 많아 몸을 옴짝달싹 못하는 바람에 중등학생들은 굳이 가방을 들지 않아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사람 냄새 또한 물씬 풍겼던 시대를 살아왔다.

어쩌다 차가 급르레이크라도 밝으면 와~하는 소리에 깜빡 놀라기도 했다.
이 틈을 악용해 승객들을 일부러 밀치면서 남의 주머니를 턴 사람이 종종 있었다.
소매치기 일명 ‘쓰리꾼’이었다.

남의 주머니를 면도날로 쓰~윽 문질러 주머니나 가방속의 돈을 훔치는 이들의 수법은 은밀함을 주무기로 했다. 이 때 자신의 주머니에 든 돈이 없어진 줄 알고 "소매치기다" 하고 외쳤을 때는 이미 그 도적놈은 한 정거장 앞에서 이미 내려 유유히 사라진 후였다.

그런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먹고사는 소매치기들이 요즘 잘 보이지 않는다 한다. 왜 그럴까. 궁금하다.
과거엔 걸핏하면 발생하는 소매치기 범죄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소매치기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에는 2378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535건으로 줄었다. 매일 6.5건 일어나던 범죄가 하루 1건 수준(1.46건)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소매치기가 없어진 데는 현금 사용이 줄고, 소비 내역이 기록되고, 방범카메라가 늘면서 소매치기범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소매치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별로 없는데다 대신 붙잡히면 형사처벌을 받는 리스크(위험성)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이 늘면서 소매치기범이 ‘훔칠 돈’이 크게 줄었다.
최근엔 실물 신용카드가 아닌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한 결제까지 늘어나고 있다.
소매치기범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한통주의로 돈을 벌수 있는 현금 자체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지급 결제 동향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하루 평균 비대면 결제 규모는 약 84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9% 늘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4월 기준 누적 가입자는 3600만명으로, 2017년에 3.8조원이었던 연간 거래액이 2020년에는 67조로 늘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더욱이 유통 업계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한 이른바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설사 소매치기범이 신용카드를 훔쳤다고 해도, 훔친 카드를 쓰기 조차 어렵다.
모든 카드 거래 내역이 기록되는 ‘기록 사회’가 돼 소매치기범이 훔친 신용카드를 결제하면 곧장 주인에게 알려지기 때문에 함부로 쓸수도 없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방범카메라

소매치기범을 감시하는 ‘눈'도 많아졌다. 거리 곳곳에는 방범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블랙박스가 눈을 번뜩이고 있다. 공공 기관이 설치해 운영하는 방범카메라는 지난해 133만6653대로 집계됐다. 10년 전보다 약 100만대가 늘었다.
2019년 상반기만 해도 방범카메라를 통해 1만7079명의 범인이 붙잡힌 것도 그래서다.

소매치기 범죄가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지금의 10대에게 소매치기, 아니 ‘쓰리꾼’은 이제 낯선 단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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