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무덤
쇠락한 무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말에 남편과 함께 어등산에 다녀왔다.
수리딸기라 명명이 된 산딸기는 작고 귀여운 장미 송이처럼 빨갛게 익어가고, 나무들은 신록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김밥을 먹으며 쉬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산에 오를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있고 자연을 찾아 발견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이 있으니 나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행복해"

눈을 들어 빠알간 딸기의 유혹을 따라가니 둥그런 무덤이 보였다. 오래된 무덤인 듯…. 학창 시절에 보았던 "비목"이라는 영화에서처럼 마치 주인이 없는 듯 한 그런 모습이었다. 행복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산다는 것의 결과는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사는 동안 어떤 모습, 여러 가지 색깔의 모습이었던 우리는 언젠가는 저렇게 둥금 모습을 한 채로 풀과 나무와 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아 삶이란 그런 거구나. 저런 모습이구나" 현실 속에서 나는 참 많이도 아파하며 산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상처받으며.

그러나 나와 똑같이 누구나 마지막에 쇠락한 무덤의 모습으로 바뀌는 거야. 그러니 그렇게 될 때까지 보다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한다.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시간과 마음을 더 많이 갖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그 자리에 건강한 웃음이 자라나지 않을까. 나는 3월에 민우회에서 시작한 '가족과 성 상담원 교육' 강좌를 수강했다. 살아오면서 상담에 늘 관심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실행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의 아픔을 전화선을 통해 공감하면서 함께 치유하는 보람을 맛보고 싶다.
기회를 제공해 준 민우화 여러분과 좋은 강의로 나를 흔들고 세워준 훌륭한 강사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이 기회를 통해서 다시 한번 인사드린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언젠가 쇠락한 무덤의 형태로 남을 나. 나를 벗어나 울타리를 허물며 나의 행복을 남과 나누며 사는 나. 남의 행복을 배워가며 그것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싶다.
남편과 나는 산딸기를 따먹으며 능선을 따라 '절골'이라는 마을로 하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