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론]문화는 '얼굴'이다
[문화칼론]문화는 '얼굴'이다
  • 김하림
  • 승인 2002.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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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의 기쁨은 말할 수도 없겠지만, 낙선자의 고통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승패의 결과에 승복하고 주권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가 우리 사회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렸음을 의미한다. 이는 이른바 '지방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나아가서는 '지방분권'에서 '지방주권'으로 시대적 추세가 전이되어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제는 중앙정부에서 각 기초단위로 내려오던 하향식 수직적 구조의 행정이 역으로 상향식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행정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즉 행정은 '공정한 규칙 제공, 감시자, 공공서비스 공급자'로 그 역할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치단체는 상부기관의 행정을 시행하는 말단 지방행정기관이 아니라, 정책을 스스로 창안하고 집행하는 지방정부이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최초의 직접 부딪치는 정부인 것이다.

연례행사된 문화행정 탈피를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는 것은 '문화의 시대'에 걸맞는 '문화행정'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물질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던 데에서 '마음과 생활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삶의 질'의 문제에 관심이 옮겨감에 따라 지자체가 '공공성과 문화'에 대해 더욱 치중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행정을 꾸리게 됨에 따라 '코스트를 낮게하고, 중개자가 없기 때문에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고, 출연자 등 외부 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차이가 적어지며,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는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 지역의 '문화행정'이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 것인지 각각의 당선자들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 문화를 개화시키고 다양성을 정착시키며, 이른바 '얼굴이 보이는 내 고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화,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경'의 역할을 갈수록 축소되는 반면에, 지방의 역할이나 특성을 강화되는 추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적인 과제를 설정하고 주체적인 '내 고장 만들기', 지방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방의 개성을 강화하고 다양성을 발휘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문화'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각 지방이 지니고 있는 천연자원, 기후, 풍토, 지형, 역사문화, 생활문화, 인물 등과 같은 '문화'적 요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그간의 문화행정은 대부분 '예술제·문화제 개최, 전문예술인과 단체 지원, 문화재발굴과 보수, 문화예술시설 건설, 문화의 거리나 광장 조성'이라는 측면에 치중되어 왔다. 이러한 문화행정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연례행사가 되어버렸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하게 때문에 지방의 특성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으며, 재생산이나 확대재생산구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새로운 각도에서 '문화'에 대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행정 부분, 민간기업 부분, 예술단체·예술가 부분, 예술향수자(시민) 부분'의 교류와 논의가 활성화되도록 추동하고,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지역의 문화를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하림[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 조선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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