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공동체 만들기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공동체 만들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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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묻는 말이다. 생태위기, 사회문제, 교육문제... 문제는 많고 겹겹이 쌓여있는 듯 하다. 조금만 들춰보면 그 썩은 냄새가 와락 밀려와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도망가게 만드는 세상 아닌가.

그런 세상에 대안(代案)은 과연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해결점을 찾아야 할 터. 최선이 아니라도 차선(次善), 차악(次惡)은 필요하지 않는가. 낭떠러지를 향해 달리는 열차 안에서 그 속도감에 취해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이렇게도 살 수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 비주류, '마이너리티'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조금 불편하게, 단순하고 느리게. 좀더 가난하게... 될 수 있으면 자급자족하고 부족한 것은 서로 나누는 삶. 우리의 옛 모습 같은 하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모습. 그래서 '오래된 미래'가 우리가 지향해야할 삶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문제의식과 지향점에 대한 움직임은 비단 한두 해 일이 아니다. 이농(離農)의 물결이 세상을 휩쓸던 60년대. 바로 지금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할 때라며 귀농하면서 '돌아갈 때가 되면 돌아가는 것이 진보'라 했던 천규석 선생님의 말씀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미 오래 전부터 세상 곳곳에 문명의 위기를 인식한 사람들이 하나둘 움직였다.

녹색대학의 캠퍼스가 될 곳. 경남 함양군 백전면에 위치한 백전중학교자리. 폐교된 이곳을 인수해 녹색대학으로 꾸릴 계획이다. ©양희연

혼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독자적인 길을 가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공동체를 꾸리기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꾸렸다. 혼자만 영위하는 것이 아닌, 세상에 외치고 함께 할 것을 바란다. 어느새 그 삶은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생태공동체운동. 이미 여러 종류의 공동체가 꾸려져 있고, 지금도 역동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구심점이 학교가 된다면 참 다양하면서도 폭넓은 사람이 모일 수 있지 않을까.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그 가족들. 캠퍼스 공간. 개별적 살림공간, 자급자족을 생각한다면 농장도 있으면 좋겠고, 학교가 중심되니 의사소통도 잘 될 것이다. 이런 염원들이 모아졌을까. 국내최초 대안대학인 '녹색대학'이 이와 같은 밑그림으로 2003년에 개교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고추모종이 심어져있는 밭. ©양희연

백두대간의 줄기에 지리산과 덕유산, 백운산이 만나는 자리. 경남 함양군 백전면 대안리. 바로 녹색대학과 공동체가 들어설 곳이다. 폐교된 백전중학교를 녹색대학 캠퍼스로 이용하고 조금 떨어진 산자락을 공동체부지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공동체부지는 실상사 도법스님이 공동체를 꿈꾸며 점찍어 두었던 곳을 흔쾌히 소개해준 곳이라 한다. 밟으면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푹신하다. 살아있는 흙의 느낌이 이런 것인가. 포근하고 부드럽다. 비릿한 밤꽃 향을 맡으니 야생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러고 보니 천지가 밤나무다.

일단 3만평의 부지에 집을 짓고 농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20여 가구가 공동체에 입주신청을 한 상태이고, 이중 5가구가 10월부터 집을 짓기 시작한단다. 대단위 주택건설이 아닌 각자가 자기의 집을 짓는 형식이다. 흙집도 짓고 나무집도 지을테지. 각자의 특성과 개성에 맞추어 기성화되지 않는 독특함이 있을 집들.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공동체 협동농장으로 만들어질 밭에는 이미 콩이며 고추, 율무가 심어져있다. 땅을 놀릴 수 없는 사람들이 심어둔 것. 새들이 쪼아먹는다며 세워둔 허수아비의 모습이 정겹다.

녹색대학의 학과 명은 생명농업학과, 생태건축학과, 생태살림학과, 녹색문화학과 등으로 독특하다. 자연과 공생하는 기본 철학을 깔고서 학문을 대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대안대학답다. 생태공동체운동과 대안학교운동을 결합한 녹색대학공동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도전이다.

녹색대학 사이트 : www.ngu.or.kr

녹색대학 생태마을이 들어설 자리. 백두대간의 줄기에 위치한 이곳은 지리산과 백운산, 덕유산이 만나는 자리이다. ©양희연

- 광주지역 녹색대학 설명회 -
일시 : 6월 19일(수) 오전 10시 30분 ~ 12시
장소 : 전교조 대강당 (광주 YWCA 7층)
주관 : 광주전남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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