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땅 짚고 헤엄치기
LH땅 짚고 헤엄치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21.03.24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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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땅 투기가 일파만파로 퍼져 국회의원, 공직자에게까지 ‘땅투’ 폭로와 조사가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차원에서 발본색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다. 집권 4년차를 보내고 마지막 1년을 앞에 둔 시점에서 대형 악재가 터졌다.

대통령은 사과를 했지만 이 여파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내년 대선에도 정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땅 투기는 개발 정보를 생산하고 집행하는 LH직원들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공유한 일부 기획부동산, 정보 공유자들에게까지 부자되는 공식으로 통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 정부 들어서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해묵은 적폐라는 말이다. 오래 전부터 ‘땅에 돈을 묻어두면 부자된다’는 말이 널리 회자되었다. 땅 투기를 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부자 반열에 올라 외제차를 몰고 자식 유학 보내고 하는 것이 예사였다.

나는 순진하고도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전국민을 상대로 ‘땅 투기 고백기간’을 설정하고 고백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조치, 예를 들면 일정액의 국채를 매입하도록 하고, 용서와 함께 땅 투기 같은 ‘더러운 부자공식’이 더 이상 발을 못붙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이번에 까발려진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알려진 그 투기 방식의 비루함과 째째함에 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길도 나지 않은 맹지에 이상한 나무들을 빽빽이 심어놓고 나무 보상금까지 기대한 LH직원의 경우,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랏돈을 빼먹을 생각을 다 했을까.

어느 국회의원은 개발예정지 인근 그린벨트 맹지를 몇 사람이 쪼개서 사놓고, 노후에 전원주택을 짓거나 나무를 심으려고 했다던가. 이밖에도 고령의 어머니 이름으로 여러 사람이 쪼개서 20평 땅을 산 경우 등 별의별 땅 투기 사례가 나온다.

하다하다 별의별 짓을 해서 ‘땅 짚고 헤엄치기’로 한몫 보겠다는 이 사람들을 이대로 두어야 할까. 직장과 그 직에서 즉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미투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직을 물러난 경우를 보았는데 ‘땅투’는 그보다 더한 중한 사건이 아닌가.

정부는 삼국지에 나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경우를 본받아 4년 내내 휘둘러 온 적폐 칼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주었으면 한다. 칼은 이럴 때 써야 제 격이다. 칼을 휘두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 같아서다.

사람들의 땅 투기 심리는 발현되었느냐, 잠재되어 있느냐의 차이이지 다들 갖고 있다면 너무 지나친 말이 될지 모르겠다. 땅에 대한 소유욕은 인간 본능과도 같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갔다 온 거리만큼 땅을 아주 싸게 판다는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이 너무 많은 땅을 가지려 멀리 갔다가 너무 무리하게 달려온 바람에 숨이 막혀 한 평 땅에 묻히고 만다는 이야기다. 결국 사람에게는 한 평 땅밖에 필요없다는 인간의 과욕을 질타한 이야기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땅 투기 문제는 그 실상이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작태다. 개발예정지에 사람이 살지도 않는 집들을 지어놓고 보상을 기대하는 그 행동은 그 발상이 야바위꾼은 저리 가라다. 사람들이 이토록 땅 투기에 목을 매는 것은 그런 방식이 널리 통용되어 온 데 있다.

어디에 땅을 샀는데 열 배, 스무 배 올랐다느니, 국가에 땅이 수용이 되어 살 판 나게 되었다느니. 문제는 개발정보를 입수한 사람들이 먼저 노다지가 묻힌 그 땅을 선점해서 몇 배로 되팔아 엄청난 부를 갈취한 데 있다. 이것은 적폐라기보다는 사회악이다.

땅을 매입해서 부자되는 불로소득을 없애야 한다. 이런 흉악한 투기 노름이 허용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 내가 아는 지인은 사업을 하려고 공장부지를 매입해서 수년 간 경영을 했으나 사업에서는 별 재미를 못보고 땅값이 몇 배나 올라서 결국 돈을 번 기업인이 되었다. 이런 웃픈 일이 이 나라에서는 흔히 일어난다.

땅 투기는 결국 없는 자와 있는 자의 격차를 더 크게 벌려 놓는다. 평등, 공정, 정의를 부르짖는 이 정권은 당장 땅 투기꾼들을 죄다 적발해서 응분의 벌점을 주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적폐가 어디 있는가. 집값 잡겠다고 정신 팔려 있는 사이에 그보다 더 징한 땅 투기가 이 나라를 짓뭉개고 있었으니 숨이 막힌다.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더러운 돈’을 챙기는 땅 투기를 관행으로 용납할 것인가? 땅 투기꾼들에게 권한다. 그까짓 몇 백 평, 몇 쳔 평 땅을 사지 말고 이 나라에 막 도착한 봄을 몽땅 사들이라고. 봄을 사면 봄이 소유한 꽃피는 천 리 땅을 다 사는 것이 될 것이니 온 나라가 제 땅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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